책 선물을 받았다
어제 아침 예상치 못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보내 줄 것이 있다고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던 수희 언니에게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이메일을 열어보니, 책 선물이 와 있었다.
여기에서는 한국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나는 주로 e-book을 구매해서 보곤 하는데,
사실 이것조차 내 스타일은 아니다.
나는 책장을 손으로 넘기면서, 그 종이의 감촉을
느끼면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책장 모서리를 접어 표시하면서, 그렇게 읽을수록 줄어드는 페이지를 보는 게 소확행인데, e-book 은 그것을 느낄 수가 없어서 손이 가질 않는다.
이민 생활의 불편함을 또 하나 깨닫는다.
불편함이라기보다 아쉬운 점?.. 한국이 더 좋은 점?..
나는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시간이 날 때마다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곳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림과 동시에 많은 책들을 볼 수 있다. 그 북적임 속에서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고르고 있노라면, 많은 사람들 속에 있지만 나 혼자만의 온전한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호주에서는 그 시간을 보낼 수가 없어서
정말이지 너무나 안타깝다.
"정말이지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되어 여유가 생긴다면, 북카페를 하나 차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봤다.
한국 도서를 가져와서 '이 달의 추천 책'도 하고 북 토크도 하고,
아직은 교민 수가 시드니나 멜버른에 비해 없어서
이런 기회를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는 당연시하고 평범한 것들이 여기서는 하나하나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오늘 받은 이 전자책 선물은 나에게 평범한 하루를 선사해주었다.
따뜻한 티 한잔을 가지고 편한 의자에 앉아 노트북 앞에서 하루를 보냈다.
책 선물을 마지막으로 받아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옛날 옛적의 일이지만,
이렇게 전자책이라도 책 선물 받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매일 집에만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 나에게 주어진 일이 생긴 것 같아 더 기뻤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세희 고향인 이태원이 나온단다.
이 부분이 궁금해졌다. 어떤 느낌으로 나의 고향인 이태원이 묘사되고 있을지, 어떻게 어떤 장소로 책에 나오는 걸까.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숨에 하루 종일 읽어버렸다. 작가가 물론 답사를 하고 그 길을 묘사했기에 그런 이런 느낌이 들지 모르겠다. 책 속에 나오는 중요한 장소인 '복희 식당'은 이태원 녹사평역을 지나 해방촌으로 올라가는 경리단 길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길의 묘사가 사실적으로 잘 써 내려가서 (내가 그곳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눈으로 글자를 읽는 동시에 책 속의 인물과 같이 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비록 이태원이 아름답게 묘사되진 않았지만, 그저 반가웠다.
수희 언니는 읽는 내내 엉엉 울었다고 했는데, 나는 마지막 챕터를 읽을 때까지 울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아직은 '엄마'가 되어보지 않아서 그럴 거라 생각이 든다. 한 여성으로 인해서 세상에 새롭게 나오게 되는 아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을 나는 아직 겪어보지 못해서일까,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내가 언젠가는 엄마가 되어서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꼭 다시 읽어보고 싶다. 책에 적힌 글자는 변하지 않지만 읽는 사람의 변화에 따라 그 책이 다르게 다가온다는 마법과 같은 법칙을 나는 알고 있다. 언젠가는 수희 언니처럼 이 책을 엉엉 울면서 읽게 될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