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

by 한명화

언제였던가

꽤 오래되었는데

아빠 머리를 깎아드리는 걸 보고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며 깎아 달라고


안돼

엄마는 미용사가 아니네

결혼하고 아빠가 그냥 깎아 달래서

울퉁불퉁 깎아도 괜찮다고 하셔서

벌벌 떨리는 손으로 시작한 이발 봉사?

외할머니한테 혼나기도 했었어

잘난 사위 머리 험하게 해 놨다고

아들은 안돼

다니던 미장원 잘하던데

멋쟁이 그 잘난 모습을?

절대 안 돼

잘하시잖아요

아빠 머리처럼 해 주심 돼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이제는 다른 데서 못 깎겠다고

바쁜 이른 아침 머리를 깎는다

뒤통수가 동그스럼하게 뒷머리를 살짝 올리고

옆머리는 가볍게 수를 줄여가며 깔끔하게

앞 머리는 손님 잔소리에 맞추어 가위질

뒷 머리 면도하면 이발 끝


거울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괜찮네요

나가서 살아도 머리 깎으러 와야 해요

아니~

부모님 뵈러 왔다가 머리도 깎고 가는 거지

아~녜 맞아요

부모님 뵈러 자주 올게요

내일은

자신의 작은 둥지로 날갯짓하는 날

바라만 보아도 어미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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