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부탁해

by 한명화

아름드리 거목

숲 지휘하고

한 세상 호령하며

숲 거느렸지


세월엔 장사 없다 하는 말에

콧방귀로 응대했었어


나는

숲을 호령하는

숲의 왕 나무


감히 내가 세월 못 이길까

큰 소리로 세월에 웃어 주었어


그런데

버섯들이 내 몸에 집 지었어

하지 마라 안된다 소리쳐 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

내 몸을 내주어야 한다는 걸

그때야 알게 되었지


하지만

이대로 사라질 수 없어

숲은 언제나 푸르러야 해


그래서

작은 새 생명을 키우고 있어

숲을 부탁하려고

내 대신...





매거진의 이전글억새가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