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을 까며

by 한명화

낼 모레 추석이 바로 앞

시골에 벌초 다녀왔다는 지인

토실토실 알밤 한 바구니

산밤이라 맛있을 거라며

손에 들려주고 갔는데

예전에 강원도 친척분이

봉지에 가득 주신 산밤

아껴먹다 벌레에게 먹이 주었던 생각나서

이번엔 알뜰하게 먹자는 야무진 각오로

넖은 바구니에 쏟아놓고

짝꿍은 단단한 겉껍질 까주고

곁에 앉아 속껍질 벗겨 낸다

알밤 까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검지 손가락에 소복하게 물집이 잡히고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계속 숙여진 목도 아프고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가시 껍질 벗겨가며 한 알 한알

애쓰며 담아왔을 그 정성에

단 한알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밥에 넣어 맛있는 밤밥 해 먹으며

주고 간 지인에게 감사해야지

주고 간 지인 정성 생각해야지

달콤하고 맛있는 알밤처럼

둥글둥글 주변을 사랑해야지

알밤 까는 손길에 힘들어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가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