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세일에 혹해서 달려간걸 보니

by 한명화

문 밖 손잡이에

울긋불긋 커다란 광고지 빙그레

어느 사이 손에 들려 탁자에 있다

한가위 맞이 빅 세일이라네

두 눈 크게 뜨고 메모지 펴놓고

필요한 것 찾아 써 내려간다

? 이게 뭐야

어제 모 마트에서 두배나 주고 샀는데

억울함이 열정을 불태우고

고추장, 된장, 간장에 이것저것 적고 있다

우ㅡ와

요즘 야채값이 금값인데 한단이 990원

호박값도 무 값도 이게 말이 돼?

그런데 싸게 파는 품목이 날마다 다르네

그럼 날마다 출근하란 말?

곁에서 짝꿍 한마디

ㅡ사람 많을 건데 가려면 마스크 단디쓰고 마트 물건 다 들여 마트 차리지 마시고

꼭 필요한 것만 사 오시지 ㅡ

그래서 사람 적을 때 가자며 10시 문을 여니 10분 일찍 가보자고 부지런 떨며 가보니 벌써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 향해 하얀, 검정, 꽃무늬 마스크 쓴 외계인들 밀물 되어 흐르고 있다

코로나 거리두기 물 건너갔네

들어가야 하나?

아님 뒤돌아 가야 하나?

망설임은 잠시 어느 사이 직진하고 있는

나는 천상 살림에 세월안은 그냥 아줌마

핸드폰 메모지 펴 들고 바구니에 선택상품 쌓이고 있다

꼭 사야 할 것들만 채웠다며 바구니 가득한 물건을 보니 바구니속 주인들 날 바라보며 어서 밀물 줄기에 함께 흐르라 한다

배달을 부탁하고 돌아오는 길

ㅋㅡ민망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ㅡ코로나 거리두기 잘 지킨다며

ㅡ사람 많은 곳엔 안 간다며

다 어겨 버렸다

참 나도 이제 어쩔 수 없는 살림하는 아줌마

체면도 우아함도 다 내려놓고

빅 세일에 혹 해서 달려 간 걸 보니.



매거진의 이전글알밤을 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