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청과 파파 할미

by 한명화

동네 언니

그 집에 무청 만들어?

보셨네요

무짠지 담으려고 무 샀을 때

무청이 너무 좋아 살짝 삶아 말려요

정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데

그러게요 나이가 가르치나 보네요


아파트 발코니 밖 화분 걸이에

무청 주렁주렁 매달려

싸늘한 바람 타고 살랑거린다

햇볕 잘 드는 서남향이라

하루 종일 햇살 받고 행복해한다


이제 며칠만 더 놀고 있으면

창 열고 널 들여와서

곱게 봉투에 담아 두었다가

조금씩 꺼내어 물에 푹 담가

몸집이 두세배 커지면

맛있는 시래기 된장찌개 해먹어야지


나도 이젠 파파 할미 다 되었나 봐

발코니 밖 창틀에 줄줄이 매달려

햇살 안고 놀고 있는 무청을 보며

색깔도 곱게 잘 말랐다며

빙그레 행복한 미소 짓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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