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샤워하며 눈 치우기

by 한명화

어젯밤

내리기 시작한 눈

바람에 날리는 눈은 바람 타고 춤을 추고

시간이 갈수록 굵어진 눈발은 폭설을 예고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로의 차들이 바닥에 붙기 시작하고 움직임을 모르는 모습에 피곤할 터인데 언제 집에들 가나 걱정스럽다

이제는 창밖으로 보지만 예전엔 저 기어가는 행렬 속에 함께 서서 걱정 반 답답함반으로 참으로 힘들었던 때가 많았는데 아들 또한 직장 가까이로 거처를 옮겨 그나마 다행이구나 라며 눈길이 도로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밤 11시가 되어 길 때쯤 들리는 음성

'여보! 어서 자고 내일 아침에는 밖에 나가 눈을 치웁시다'라고

돌아보니 벌써 눈 가래와 눈 삽을 꺼내놓고 손질하는 짝꿍의 모습에 따뜻한 배려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아침 6시 우리는 준비를 단디하고 언젠가 아들이 눈 올 때 따뜻하게 신으라며 사다준 에스키모들이 신을 법한 겨울 장화를 꺼내 신고 눈가래와 눈삽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에공ㅡ눈이 쌓여도 엄청나다

일찍 출근하는 분들은 발이 푹푹 파질 듯하다

아파트에 경비 아저씨들이 조금씩 밀어놓은 곳도 그냥 쌓여있는 곳도 있다

남편은 먼저 아파트에서 빠져나가면서 눈길 이용자들을 생각해서 아파트 사이 녹도에 길을 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쪽 길과 소공원으로 가는 연결 길까지 길을 내고 나는 우리 동 주변의 길을 내는데 땀이 뻘뻘 난다

우리가 땀 흘리며 길을 내면 누군가는 구두를 신고 출근복으로 그 길을 지난다

감사합니다 인사하며 지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치우는 사람인가 보다 라며 무심히 지나는 사람도 있고 지나는 모습들에서도 하루의 아니 살아온 날들의 인품이 묻어 나오는 것을 느낀다

치우다 보니 길 건너에서 지하도를 통해 아파트 옆쪽 길에 쌓인 눈 속을 힘겹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여 힘들지만 눈삽을 들고 그쪽으로도 좁지만 기다란 길을 내준다

아이구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에 저 앞에는 길이 나있으니 길 난 쪽으로 가시라 안내도 하며 힘은 들지만 기분은 참 좋다

다시 둘이서 아파트 내로 돌아와 쓰레기 분리수거 길과 주변의 눈을 치우다 보니

추위는 아랑곳 땀 투성이가 되고 너무 힘들어

마무리를 하고 집에 돌아와 시계를 보니 7시 30분 한 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눈길을 냈으니 갑자기 무리가 되어 속에서 메스꺼움이 올라왔구나

그래도 머리에 썼던 모자까지도 퐁당 젖어 물이 흘러내리는 걸 보고는 이 깡 추위에 땀 샤워를 했다며 웃음이 터졌다

영하 16도네 17도네 라는 깡 추위에 땀 흘리며 눈치운 것도 오랜만이라며ㅡ

우리가 건강하기에 이 또한 할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며 감사로 가득 채우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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