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지인이 신작 수필집을 냈다고 했다
그녀는 다수의 책을 내놓았고 국어 국문학자이기에 더더욱 관심이 갔다
둘이서 대전 결혼식장에 다녀오며 나눈 얘기 중 이 신작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주인공은 너무 많은 사랑을 주고 39세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간 삼촌의 이야기라 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늦도록 아버지 노릇을 하며 빈자리를 채워 주셨던 삼촌은 맞선을 많이 보았지만 조카 셋과 형수님과 어머니를 모두 돌보아야 한다는 말을 하면 다들 가버려서 39세가 될 때까지 결혼도 못하다가 한번 결혼에 실패하고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는 아주 착하고 따뜻한 분과 결혼하고 딱 3개월을 살다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삼촌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행복했던 유년의 시절은 삼촌의 빈자리로 인해 고난의 시절이 되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맙고 감사한 삼촌의 안타까운 삶을 50여 년이 지나도록 가슴 깊이 담아 두었다가 자식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삶의 흔적조차 사라지는 삼촌이 불쌍하고 너무 고마워서 삼촌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책 제목은
ㅡ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ㅡ이라는 것과 수필집을 선물하겠다는 그녀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냐고
그렇게 애쓴 수고를 거저 받는 게 아니니 내가 구매해 보겠다고
집에 와서 짝꿍에게 수필집 이야기를 하자
알라딘을 통해 최명숙의 수필집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을 구매하여 내게 주셨다
수필집은 엄마의 글에 그녀의 아들이 잔잔한 한 편의 동화 같은 표지와 본문의 그림을 그려 넣어 더 의미가 있었으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어지는 잔잔한 감동으로 내려놓지 못하고 계속 읽어 갈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의 어렵고 힘들었던 농촌의 삶의 이야기들ㅡ
삼촌의 사랑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지 못하고 따뜻한 사랑 안에서 보냈던 시간들ㅡ
삼촌의 결혼으로 잠시 행복했던 시간들ㅡ
삼촌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의 시간과 그로 인해 어려워진 삶의 모습과 그리움 ㅡ
한 권의 책을 들고 눈물을 닦으며 다 읽고 난 후의 아련한 감동과 여운이 깊다
역시 국문학자여서 인지 글맥의 매끄러움과 부드러운 터치 그리고 사물의 모습을 툭툭 던져내는 멋스러움도 좋았다
30여 년도 더 전에 그녀는 내게 말했었다
유아교사들을 위한 인사글과 행사 글을 펴낸 글을 보고는 자신도 글을 써 보고 싶다고 ㅡ
이젠 그녀의 글이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긴 여운과 잔잔한 감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