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집 막내딸로 태어나
빨간 가방 등에 메고 예쁜 빨간 구두 신으시고 학교 다니셨다는 약방집 공주님도
어미 되어 칠 남매 낳아 애써 기르신 날들도
사랑하는 님 보내시고 애달퍼 하시던 날들도 인생이란 찰나의 시간 속에서 일장춘몽을 꾸셨나 보다
꿈에서 일어나 보니
그 곱던 모습은 다 어디로 떠나가고
연로한 몸이 되어 뼈만 앙상히 남아
누인 몸 홀로는 움직이지도 못하시고
남의 손에 내 몸 맡긴 시간도 잠시
촛점 흐린 눈동자도 힘겹게 뜨시더니
그 무거운 촛점 마져 내려놓으시고
먼 길 훨훨 떠나시었다
꼬까 버선 신으시고 베옷 갈아입으시고
색색의 장미꽃 송이송이 깔아놓은
꽃향기 그윽한 꽃관 타시고
먼 여행 홀로 떠나시는 길
눈물방울 모아 모아 보석 만들어
가시는 길가에 걸어 두어야지
가시는 길이 어둡지 않게
어머니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먼 길 여행하다 행여 길 잃지 않게
먼저 가신 아버지 마중 나와 주시고
먼저 가신 일가친척 버선발로 반겨 맞아
훨훨 여행길 함께 해 주시라고
가시는 천국 길 동행해 주시라고
조용히 손 모으고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