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점령군

by 한명화

분당천가 꽃길에

금당화 백일홍 코스모스

예쁘게 어우러져 신바람

산책길 오가며 위로받는데

어라?

한 부분이 노랗게 말라 가고 있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꽃나무들 힘들다 눈물 머금으며

새삼 줄기 놀자 해서 그러자 했더니

온 줄기 칭칭 감아 숨 쉴 수도 없다 한다


둘러보니

연약한 노란 줄기 이리저리 돌며

온통 노란 너울 둘러 씌우고는

줄기 속 파고들며 점령군 행세

아프기도 너무나 아프겠구나

며칠을 노란 줄기 벗겨 냈는데

오늘은 안 되겠다 작전을 바꿔

코스모스 줄기 따라 단디 감긴 점령자

손톱으로 끈어가며 살피다 보니

어느 사이 손톱 밑이 까맣게 물들었네


고개 들어 지나온 곳 살펴보니

그래도 어제보다 살만하겠구나

이제는 숨을 쉴 수 있겠다며

코스모스 바람따라 보내는 인사

며칠 후 예쁜 꽃 보여주겠다고

그래

내일도 지나다 들여다 볼게

점령군 항복 받아 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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