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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반가운 목소리

by 한명화

어제 오후 전화벨이 울렸다

기쁨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린다

원장님!

추석이 가까워 오는데 생각이 나서 전화드렸어요

건강하게 잘 계시지요?

이사장님의 건강은 많이 좋아지셨나요?

상냥한 그녀는 30여 년 전의 제자로 졸업을 앞두고 다른 두 제자에게 우리 원에서 근무해볼 생각 있느냐고 묻는데 옆을 지나다 저는요? 라며 자기에게는 권하지 않아 섭섭하다며 꼭 같이 오겠다고 해서 너무 고맙게도 예쁘고 착하고 능력 있는 교사로 우리 원에 모셔 함께 하게 되었었다

우리는 미녀 3 총사라 부르며 너무도 행복하게 여러 해를 유아교육에 푹 빠져 보냈고 애인이 생기면 데려 와 사람됨을 보아달라 선을 보게 했었다

전화를 한 예쁜 선생님의 애인은 인상도 편안하고 눈빛도 선하며 행동에서 배려가 묻어나 너무 맘에 들어 꼭 그분과 결혼하라 권했고 그 멋진 그분과 사귀다 결혼하여 남편의 직장을 따라 떠났었다

그 후로 미녀 3 총사는 모두 결혼을 하고도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며 아이들을 데리고 스승의 날 모두 함께 집에 찾아오기도 하고 30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서로의 안부를 챙기며 지내는 귀한 인연의 벗이 되었다

그런 그녀의 전화이니 너무도 반가울 밖에ㅡ

큰 딸이 대학 4학년에 작은 딸도 대학 2학년으로 이젠 다 키웠다며 남편의 회사 생활도 막바지에 다 달아서 좀 일찍 퇴사를 생각하고 있단다

쌤은 뭐하며 지내?라고 묻자

저요? 바빠요

요즘 무인 가계를 세 곳에 하는데 위치를 잘 잡아 장사가 잘된다며 그곳에 아이스크림이랑 과자를 채워 넣는 일로 일상이 꽤 바쁘단다

원장님!

저 이제는 여유가 생겨 남에게 돈 꾸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어요

아이들도 잘 자라고 이젠 나이 들어서 남편과 둘이 건강 챙기며 원장님 부부처럼 잘 살아 보려 해요

코로나로 소상공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 미리 예견이나 한 것처럼 몇 년 전부터 무인 가계를 운영하더니 잘 된다니 너무도 다행스러웠다

그녀의 전화를 받는 동안 너무도 반갑고 자신의 삶이지만 너무도 고마웠다

쌤아!

쌤이 성실하고 친절하고 열심히 살아 복을 받는 거야

그녀는 ㅋㅋ 웃으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복이 많지요? 란다

그래 요즘같이 어려울 때 잘 지낸다니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있겠는가

거의 한 시간여의 수다를 떨고는

또 전화드리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고맙고

감사하다

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잘 이루어낸 그 모습이 너무 대견해서

이 어려운 시절에 밝고 활기찬 목소리로 웃으며 전화해 주어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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