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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 붓

동지의 긴 밤 지나고

by 한명화

동지의 긴 밤

달님도 깊은 잠이 들었나 보다

까만 밤 지나고 새벽 지나는데

달님은

안개 이불 너무 깊어 늦잠 중

동지의 긴 밤 즐기다가

인사도 없이 서산 가시고

아침 맞은 거실의 알로에 꽃봉오리

드디어 파티가 시작되나 보다

꽃잎마다 주황 드레스 곱게 입고는

한송이 두 송이 박자를 타며

수줍은 미소로 인사 보낸다

이제 멋진 파티가 시작된다고

무대의 막이 오르고

유희들은 저마다 온 힘 다해

드레스 자락 살며시 들어 올리고는

열정의 붉은 꽃술 자랑하며

벌 나비 부르느라 여념 없다


조금 늦은 개구쟁이 한 송이

드레스가 아직 미완성 인가?

영롱한 꿀물 방울 달아놓고는

내가 제일 아름답다 으스대지만

아름다운 자랑도 찰나일 뿐


달님 못 뵌 새벽길 돌아

아침식사 마치고 거실에 앉아

예쁜 알로에 꽃 들여다보며

소고 소곤 얘기 나누고 있다

서로 예쁘다며ㅡㅎ

너무 아픈 세상 소식 잠시 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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