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바람 붓
눈 편지
by
한명화
Dec 18. 2021
창밖
눈이 내린다
펑 펑
어느 사이 운동장에 하얀 양탄자를 깔았다
온 세상의 고뇌 다 덮어 버릴 듯이
잠깐 눈 구경 나갔다는 딸네미 전화
운동장을 보세요 라고
예전의 그 자리에 다시 새긴 이쁜 마음
사랑해요 라고
1997년인가
오늘처럼 펑펑 눈 내린 아침
작은 꼬마 딸아이는
눈사람 만들겠다 운동장으로
한참 지난 후 잘 놀고 있나 내려다본 그곳에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 눈 위에 편지 쓰고
글 끝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펑펑 눈 내린 새하얀 운동장
언제나 제자리인 것 같은데
어느 사이 찰나의 날들이 가고
훌쩍 성인이 된 딸이 쓴 눈 편지
사진첩 속 옛 사진도 꺼내어 보며
같은 운동장 같은 눈 편지에
가슴 가득 따스함 끌어 담으며
감사한
지난 세월 주마등 되어 간다
입꼬리 귓가에 걸어 두고서.
keyword
눈
사랑
딸
29
댓글
6
댓글
6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구독자
728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알로에의 메시지
동지의 긴 밤 지나고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