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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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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Mar 05. 2022

선의 마애여래 입상을 만나다

파사산성을 걸으며 보니 이정표 표시에 마애 대불 입상이라는 표식이 자주 눈에 띄었다

파사산 정상에서 보니 370m 거리에 마애 대불 입상이 있다는 안내에 산길 370m는 꽤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는 정상의 성벽에 가파르게 설치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성벽을 타고 내려오니 그곳에서는 170여 m 전방에 존재한다는 안내에 휴ㅡ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산길을 조심조심 내려가는데 숲 속에 버섯 모양의 바위 두 개가 있었는데 옛 승께서 그 위에 올라앉아 참선을 하고 계시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길 옆으로는 여기에도 마이산의 김갑룡 처사가 다녀 가셨나?

돌탑이 꽤 정교하게 쌓여 있어서 그 곁으로 내려가니 저 밑으로 커다란 바위 앞에 스님이  단을 정리하고 계신듯한 모습이 보였다

아! 저기구나

어디로 내려가지?

길을 살펴보니 나무다리로 길이 있었는데 작은 암자로 통하는 듯해서 바위벽을 타고 내려가기로 하고 조심조심 다가갈 수 있었다

불자가 아니어서 망설이는데 스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이 깊은 산속에 나타났는데? 에라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스님도 인사를 하신다

스님과 인사를 나눈 후 자세히 바라보니 엄청난 바위에 망치와 정으로 선을 그어 가며 바위에 그린 불상이었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드럽게 주름진 치마를 잘 잡아 올려 왼쪽 어깨에 두른 모습은 어쩌면 요즘 Tv에 가끔 등장하는 태국 쪽 승려의 모습 같기도 했다

저 높은 바위에 사다리를 타고 작업을 했을 것인데 아마도 바위가 너무 단단해서 입체감은 살리지 못했나?라는 생각을 하며

바위가 너무 단단해 입체감을 낼 수 없어 선으로 만 불상을 새겨야 했던 도공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럼에도 망치와 정으로 돌을 오랫동안 쪼아내는 불심은 얼마나 깊었을까

도공의 마음이 되어 단단한 돌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선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담겨왔다

불상을 살펴보고 도공의 마음도 헤아려 보고 곁에 서있는 안내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ㅡ경기도 양평 개군면

ㅡ고려 전기 유행하던 불상과 관련이 깊다

ㅡ마애여래 입상이란?ㅡ

마애ㅡ석벽에 글이나 그림 불상을 새김

여래ㅡ부처를 달리 부르는 말

입상ㅡ서있는 모습으로 만든 상

잠시 기억의 창고에 지식을 쑤셔 넣었다

돌아서 보니 바위틈에 마애불 감로수가 있어서 마셔보니 그 청량감에 피로가 다 풀어지는 듯했다

감로수를 마신 후 맑아진 마음으로 다시 한번 조용히 깊은 감상에 빠져본다

단순하지만 근엄하고 위엄 있는 모습에 우리 조상들의 부처를 대하는 마음이 읽히는 것 같다

가건물의 작은 암자 앞다리를 통해 나오며 다시 돌아본다

커다란 바위의 마애여래 입상 그 앞의 제단과 스님 그리고 감로수와 이 모든 걸 굳건히 지키겠다는 듯 서 있는 가건물의 아주 작은 암자가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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