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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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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Apr 27. 2022

세월은 삶의 키를 쥐고 있다

강원도 여행을 할 때면

고향 가듯 들르는 곳 3.8 휴게소

오랜 날들 늘 반겨주던 곳이었는데

3년 전인가 우리가 사랑하던 자그마하고 우아한 소나무 두 그루가 사라지고 황량한 모습에 울먹이며 그곳을 떠나 왔었다

더 멋지게 꾸미려고? 라며 작년에 갔더니만 텅 빈 천막으로 가득 찬 장터 같은 모습에 또 실망하고 이번 다시 또 찾았는데 이번엔 플래카드에 차박 차량 요금 안내가 걸려있다

아마도 곁에 있는 기사문항에 서퍼들이 이곳에 와서 차박을 많이 하는 때문인가?


우리가 이 휴게소를 처음 발견했을 때 정말 놀라웠었다

조용하고 아늑하며 아름다움이 있고 바로 앞에 모래사장과 파도가 찰싹이는 이곳

눈을 돌리면 기사문항에서 젊은 청춘들이 핑을 즐기는 낭만 가득한 곳

밤이면 별들의 소곤댐을 들을 수 있고

등대의 불빛에 배들의 나들이를 마주할 수 있으며 휴게소를 이용할 수 있어 이곳에 차박을 하면 편안하고 멋진 밤을 선물 받았었다

그래서 해마다 이곳을 고향처럼 찾았었다

그랬었는데 ㅡ

3.8 휴게소 너의 변해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계속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기사문항 옆을 스치며 나와 진고개의 정상에 있는 휴게소를 들러보기 위해 진고개를 향했다

굽이굽이 고개를 돌아 오르다 보니 길가에 고도의 표시로 높이를 알려주고 있었고 900m를 넘어서자 진고개 정상 쉼터라는  노란 입간판이 버티고 서있었다

조금 더 오르니 진고개 정상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진고개 정상 휴게소가 있었고 반가움에 휴게소 안으로 들어섰다

응? 뭐지?

외로움이 쌓인 느낌은?

차에서 내려 휴게소를 살펴보니 이미 영업이 중단되어 예전의 활기차던 모습이 사라지고

인간들의 계획으로 겪는 변화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새로운 길이 뚫리고 오가는 사람의 발길은 뜸해지니 어쩌겠는가

진고개 휴게소에서 먹거리를 즐기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씁쓸하고 안타까움만 안고 진고개 정상 휴게소를 나왔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주유소들이 삶의 변화에 넘어져 곳곳이 문을 닫고 이 처럼 국도의 휴게소들이 여기저기 문을 닫았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던 동네들도 사라져 가는 모습에 사람 사는 곳에 사람들의 발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껴본다

진고개를 빠져나오며 급격히 변화되어가는 풍랑에 쓸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또 어떤 모습으로 버티며 살아가야 하는지

숙고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세월은 삶의 키를 쥐고 있다

어느 쪽으로 돌릴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너무 휩쓸리지 않도록

스스로의 푯대를 단디 세우는 수밖에 라고 되뇌며 진고개 정상 휴게소를 한번 더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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