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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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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May 18. 2022

고창 청보리밭의 환희

코로나로 묶인 자유가 조건부 해방되었다

그동안 건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지인들의 모임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그 기간이 길어 갈증이 심해졌다

이번 첫 모임의 목적지는 고창 청보리밭 여행

관광회사에서 실시하는 팀으로 출발

3시간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청보리밭

드넓은 밭에 바람결에 일렁이는 보리의 물결

이제는 청보리의 때를 지나 누런빛을 담아내고 있는 보리의 춤이 가슴에 와 안기는

반가움은 아마도 가슴 저 한편에 어린 시절 보아왔던 보리밭의 그리움이 있었나 보다

입구에 고창 청보리밭 입간판이 서 있고 그 옆으로 진성님의 보릿고개 시비가 있었다

모두들 탄성을 쏟아내며 보리밭길로 들어서서 누구랄 것도 없이 ㅡ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며 ㅡ보리밭을 열창하고 있었다

드넓은 보리밭 사이사이로 길이 나있고 가다가 보면 정자도 있고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 보기도 하며 걷다가 포즈를 취하며 소녀들이 되어 여러 포즈로 사진도 찍는다

보리밭에 취해 걷다 보니 어디선가 우리가 좋아할 노래가 들려와 그곳으로 가 보니 두 분의 무명가수님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너무 좋아하며 그 앞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어우러져 감상하다 보니 신청곡을 받는다신다

보랏빛 엽서, 별빛 같은 사랑, 꿈속에 고향, 바람 등을 청해 듣고 흥겨움에 춤도 추고 아주 잠깐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모두들 행복해했다

고맙기도 하고 애쓰시는 모습에 그 앞 성금 상자에 모두들 손길이 간다

또 우리가 먹으려고 꺼냈던 떡을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드렸더니 정말 고마워하신다

얼마나 배가 고플까

저처럼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을 터이니ㅡ

노래를 너무 잘하셔서 고맙기도 하고 너무 힘들 것 같은 모습에 안쓰럽기도 했다

우린 다시 보리밭길을 걸어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다는 커다란 나무 뒤로 쓰러질 듯 서있는 얼기설기 판자로 덧댄 이상한 건물도 돌아보기도 했다

드넓게 펼쳐진 보리밭

살랑바람에 일렁이는 보리의 춤

뜨거운 햇살을 감추어둔 옅은 구름의 배려

은빛 머릿결의 나들이온 소녀들의 웃음소리

좋은 사람들과 한껏 즐거웠던 시간이다


걷던 발걸음 멈춰 새우고 꺼내 본 시간여행

어린 시절 고향의 보리밭 가

아버지와 즐거운 형제자매들

덜 익은 청보리 구워 손으로 비벼

호호 불어 입에 넣어 주시면

고소하고 맛있는 구운 청보리 맛

오물거리며 서로를 바라보면은

아버지 손은 까만 숯 손

우리 형제자매 입가는 까만 숯 칠

하하호호 웃었던 그날이 다시 돌아와

오래전 하늘가신

그리운 아버지를 만나 뵈었다

잠시 홀로 서서 꺼내본 고향을 다시 접어 넣고 보리 밭 깊숙히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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