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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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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Jun 03. 2022

양구 박수근미술관에 가 보니

양구에 가 보기로 했다

짝꿍이 50여 년 전 3년 동안 군생활을 했던 1242 고지 가칠봉을 보고 싶다 해서

또 양구에 박수근 미술관을 관람해 보자고 양구를 향해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여행을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의 일반국도도 아주 잘 닦여 있음에 국도를 자주 이용한다

세시간여를 달리자 아주 멋진 입구의 배후령 터널은 총길이 5.1km 국내 최장 터널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듯 대단했다

터널을 통과해  가다 보니 최전방 양구로 가는 길이라는 걸 증명하는 대전차 방어벽도 지나간다

내비 아가씨의 안내로 무사히 미술관에 도착 차에서 내리니 주차장 가까이에 돌담이 둥글게 있고 앞으로는 작가의 작품 속에 있는 작품들이 서 있는 공원이 있다

공원에 들어서니 바로 앞쪽에 연못이 있고

아기 업은 소녀의 작품 속에 들어가 사진도 찍으며 안으로 들어갔는데 어린이 미술관과 전시미술관은 있는데???

미술관은 어디 있지?

다시 내려오는데 안내 푯말에 작가의 묘로 가는 안내가 있어 계단을 오르고 푸르른 숲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묘지였다

다른 곳에 있던 묘를 미술관 건립과 함께 이장해 왔으며 부인과 합장하였다 한다

묘지 앞에는 문인석처럼 그의 작품을 화강암에 세겨세워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특별한 묘비가 없어도 누구라도 미술에 관심이 있으면 그의 묘임을 바로 알 것 같았다

묘지에서 내려와 푯말을 따라 능선처럼 된 곳을 지나니 마당이 나왔는데 작가가 마당가 나무 앞에 앉아 미술관과 작품 등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있는 듯한 동상이 있다

입구에 들어갔으나 10시에 개관이라 해서 10여분 남짓 시간을 보내려 자작나무 숲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보내다가 반대쪽 냇가로 나왔는데 그곳에 빨래터 작품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 밑에 작가가 빨래터에서 만난 여인에게 보내는 구혼의 편지가 쓰여있는데

ㅡ일전에 어머니 점심을 가지고 빨래터에 갔다가 빨래하고 있는 당신을 보고 반하여 당신을 아내로 삼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재산은 그림 붓과 그림도구 밖에 없지만 만약 승낙하여 주신다면  물질적으로는 고생이 되겠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나는 훌륭한 화가가 되고 당신은 화가의  아내가 되어 주시겠습니까?ㅡ라는

그 글을 읽고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피며 마음이 따뜻해져 다시 마당으로 와 마당가에 앉아있는 작가 모습을 보며 멋진 러브레터 네요 라고 웃으며 얘기 나누고는 미술관으로 입장했는데 미술관 안의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사진이 몇 컷은 필요한데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며 스케치화와 판화 등을 돌아보며 안으로 더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다

고 이건희, 홍라희,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즉 삼성가에서 박수근 작가님의 소장품을

이곳 양구 박수근 미술관에 기증해 주심에 감사하는 내용이었다

책에서만 보아왔던 진품을 직접 볼 수 있다니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작품들을 돌아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미안함 누르며 무와 두 여인, 마을 풍경삐뚤빼뚤 셔터를 누르는 반칙을 하고 말았다

박수근 미술관을 소개하며 빈 껍데기만 글을 쓸 수 없다는 생각에 진짜 알맹이도 보여드리고 싶어서ㅡ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작가님의 귀한 작품을 보게 된 떨림과 반칙으로 셔터를 누르던 순간의 죄스러움이 손끝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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