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핀 부추꽃에게

by 한명화

아파트 화단에 부추꽃 숨어 피었다

언제던가

누군가가 발자국 하나만 남기고

모둠으로 뽑아가 버려

겨우 살아남은 부추 포기

몸살을 앓고 또 앓더니

이젠 제법 튼튼한 꽃대 세우고 꽃 피었다


어언 30여 년 전 가까이 될 어느 날

시아버님을 뵈러 간 강원도 시댁

바깥 밑마당 커다란 감나무 밑은

무성한 부추 동네였다

형님이 정구지 좀 가져오라셔서

정구지가 무엇인지 두리번거리는데

짝꿍이 데리고 간 밑마당 감나무 밑

녹색의 너른 부추 세상


돌아오는 길

고향 부추 향 담아 가고 싶어

부추 크게 한 삽 떠서 상자에 담아 왔었다

나무상자에 터 만들어 이사시켰더니

파릇한 부추 잘도자라 해마다 몇 번씩 잘라먹었더니 너무 심했나?

시들시들 시들어가는 모습 안타까워

바깥 화단에 이사시켰었다

푸르름 속으로 와 숨을 쉰다며 힘차게 잘도 자라며 지경을 조금씩 넓혀갈 때

누군가의 손길이 몽땅 떠가고

겨우 몇 포기 남아있었는데

반갑고 고맙게도 꽃이 피었다

이제 걱정하지 말라는 듯


새벽 숨길 마치고 돌아오다 보니

초록이 부추들 하얀 꽃 피우고는

생글거리며 저희들도 힘차다나?

부추들아!

잘 자라렴

아버님 가신 지도 오랜데

이제는 고향 갈 일도 없어져서

고향 정취 널 보며 느껴보는 짝꿍에게

소중한 고향 추억 불러와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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