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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Nov 29. 2022
가을이 깊었던 어느 날 모임에서
'요즘 옷값이 너무 비싸
만지면 몇
십만 원이
훌쩍이야
그래서 옷이랑 가방을 만들고 싶은데
적당한 천을 구하려는데 마땅치가 않네
'
라고 하자 곁에 있던 지인
'나 옷감 많은데 저번에 친구 주고 좀 남았어
다음에 가져다줄게요'
지인은 보자기에 한 보따리의 천을 가져왔다
그래서 시작된 재봉틀 앞
그중 색도 천도 너무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들고 이리저리 연구에 몰두하는 내게 딸네미는 원피스 만들기 교본을 내밀며 엄마를 위해 구했다고
교본을 들여다보니 더 복잡하고
유튜브를 보니 손들이 빨라 번쩍 번쩍이고
안 되겠다 싶어 입던 원피스 중 마음에 드는 걸로 꺼내 펴 놓고 모양의 본을 떴다
앞판 두 개, 뒤판 두 개. 치마 부분은 길이를 늘이면 되겠다
싶고
꿈도 야무지게 천이 마음에 들어 자르지 않고 통으로 만들어 보자고 시작했다
사흘에 걸쳐 완성이라고 했는데 엥? 이리저리 뒤틀리고 균형도 안 맞는다
다시 모두 뜯은 후 이제 그려놓았던 모형을 대고 앞판과 뒤판을 자로 재가며 재단을 했다
워낙 크게 만들었던 터라 뜯었던 부분은 자국이 나서 잘라 버리고도 여유가 있었다
재단을 마친 후 조심조심 박음질을 하는데 재단을 제대로 해 놓으니 짝이 딱딱 맞아 박음질도 잘 된다
참ㅡ내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처음부터 제대로 하려 할 것이지 잔꾀를 내어 통천으로 구멍을 내가는 방식을 사용하다니
짝꿍은 지나다니며 한 마디씩
'할 일 없음 발 춤을 추시던지 저 밑 재활용 통 열렸던데 언제 가져가시려나'라며 놀린다
내 기어이 만들어 내고 말리라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쉬어가며
이틀에 걸쳐 조심조심 박음질도 하고 가장자리에도 옷감이 풀어지지 않게 꾐 질을 치고 보니 그럴싸하다
반질반질 다림질을 한 후 원피스를 입고 짝꿍에게 보여주었더니 깜짝 놀라며
'잘 만들었네 외출 복 해도 되겠어' 라신다
이틀 후
지인 모임에 원피스를 입고 나갔는데 모두들
'어디서 샀느냐
'
'얼마 주고 샀느냐'
'상표는 뭐냐'
'가을색이 참 이쁘다
'
'천이 아주 고급이다'며 난리가 났다
옷감을 준 주인에게
뭐 생각나는 거 없어?라고 하자
눈만 껌벅껌벅
보따리 속 천중 골라 만든 것이라 하니 모두 기절할 듯 놀란다
제일 큰 언니는
'여기에 메이커 하나 달면 100만 원 짜리도 더 된다 아이가' 라며 옷을 쓰다듬으며 이쁘다 신다
모두의 놀람에 자신감 뿜 뿜
집에 돌아와 다음 날 남은 천으로 원피스 위에 덧입을 긴 조끼를 만들었다
이리저리 잔꾀로 시작하면 절대 안 된다는 옷 만들기를 하며 어린 시절 추석빔을 만드시던 어머니 곁에 앉아 조각을 주워 들고 손바느질로 작은 인형 옷을 만든다고 낑낑대는 어린 딸에게 들려주시던 어머니 말씀이 들려온다
'옷감이란 올로 다툰단다
가위질 한번 잘못하면 회복이 안되고 서툰 재봉질에는 입어도 꼬이게 된단다
옷을 만들 때는 천천히 정성으로 해야 한다'
엄마! 올로 다투는 감으로 처음으로 원피스와 조끼 세트를 만들었네요
아마도 엄마를 많이 닮았나 봐요
그리움으로 밀려오는 어머니ㅡ
요즘 옷값이 너무 비싸다
좀 입을 만하다
싶으면? 손이
내려온다
이제 시작했으니 장롱 속 숨쉬기 기다리는 옷들을 하나씩 꺼내야겠다
뭐하려?
그야 새롭게 고쳐야 입지ㅡㅎ
요즘
재봉틀 아주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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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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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가
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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