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람 붓

긴ㅡ기다림이었어

by 한명화

연녹의 이끼 꽃 핀 아름드리나무기둥

나무타고 오르는 연가지 곁에

쓸쓸해 보이는 매미의 겉옷

처연한 모습 되어 걸쳐있다

칠흑 어둠 속 수년의 기다림

세상 빛 찾아 나와

잠재웠던 겉옷 벗어 걸어두었다

다시 찾아와 걸쳐 입을 것처럼

발코니 화분의 네오마리카

아침부터 찾아온 여름 손님에게

너의 무대 펼쳐 보라 소곤소곤

그래

너무도 긴ㅡ기다림이었어

이 순간을 위해

수년을 어둠 속에서 준비했어

이제 펼쳐 보여야 해


무대에 자리 잡고 숨 고르더니

목청 높여 여름노래 시작한다

매미의 계절이라 노래 부른다

여름을 아느냐며 노래 부른다

매미를 잊지 말라 노래 부른다

어둠 속 한이라도 풀어내는 것처럼

하지만

곧 떠나야 될 먼 길 알기나 하는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 여름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