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나팔꽃씨 담 밑에 심었지
파란 싹 돋아난 기쁨에
돌담에 줄 걸어 올렸어
가늘고 여린 생명의 싹
줄타기 하며 뻗어 가더니
땀방울 닦아내던 여름 날
담 벽에 보랏빛 꽃물 들였어
보랏빛 고운 널 보는 기쁨에
학교에서 숨이 차게 뛰어와 보니
돌담 밑에 말라 버린 네 모습은
꼬맹이 마음에 슬픔 되었지
울먹울먹 손자 향한 할아버지
밭에 꽃씨 앉으면 짐이 된다며
그래서 뿌리째 뽑아 버렸다고
얼마나 널 사랑했는데
꼬맹이는 사랑
할아버지는 짐
그날은 저녁밥도 먹지 않았어
너무나 속상해서 울고 말았어
내가 가꾼 나팔꽃은 자랑이었어
이른 아침
길가에 핀 나팔꽃 너를 보니
시골집 돌담이 찾아오고
돌담 가에 꽃들이 피어나고
속상해 울먹이던 꼬맹이도
미안해하시던 할아버지도
그리움 되어 다가오는 구나
아침 이슬 머금고
내게 보내는 보랏빛 미소는
내 어릴 적 눈물 닦아주고 싶어서
못다한 사랑 다시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