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와 나팔꽃

나팔꽃

by 한명화

꼬맹이 나팔꽃씨 담 밑에 심었지

파란 싹 돋아난 기쁨에

돌담에 줄 걸어 올렸어

가늘고 여린 생명의 싹

줄타기 하며 뻗어 가더니

땀방울 닦아내던 여름 날

담 벽에 보랏빛 꽃물 들였어

보랏빛 고운 널 보는 기쁨에

학교에서 숨이 차게 뛰어와 보니

돌담 밑에 말라 버린 네 모습은

꼬맹이 마음에 슬픔 되었지

울먹울먹 손자 향한 할아버지

밭에 꽃씨 앉으면 짐이 된다며

그래서 뿌리째 뽑아 버렸다고

얼마나 널 사랑했는데

꼬맹이는 사랑

할아버지는 짐

그날은 저녁밥도 먹지 않았어

너무나 속상해서 울고 말았어

내가 가꾼 나팔꽃은 자랑이었어

이른 아침

길가에 핀 나팔꽃 너를 보니

시골집 돌담이 찾아오고

돌담 가에 꽃들이 피어나고

속상해 울먹이던 꼬맹이도

미안해하시던 할아버지도

그리움 되어 다가오는 구나

아침 이슬 머금고

내게 보내는 보랏빛 미소는

내 어릴 적 눈물 닦아주고 싶어서

못다한 사랑 다시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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