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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제비꽃 추억

by 한명화
24, 3, 23.

초등학교 꼬맹이는 학교가 먼 길인데도 일찍 등교하고 늦은 귀가를 했었다

선생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인지 학교가 너무 좋아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양호실에서 양호선생님과도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양호선생님은 특히 많이도 사랑해 주셨었다

어느 봄날의 오후시간이었다

명화야! 우리 학교 앞산에 놀러 갈까?

제비꽃이 피어 있을 거야 제비꽃 보러 가자

선생님은 내 손을 잡고 흔들며 봄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함께 따라 부르며 동산에 올랐다

진달래도 개나리도 활짝 핀 아름다운 모습에 너무 좋아서 신바람이 난 나를 부르셨다

ㅡ명화야 여기 제비꽃 밭이야 정말 예쁘지?

그곳에는 보랏 빛 제비꽃, 하얀 제비꽃, 분홍 제비꽃등 다양한 제비꽃이 무리 지어 있었다

제비꽃이 너무 예뻐 앉아서 들여다보다가 문득 바라본 선생님의 표정이 슬퍼 보였다

꼬맹이 마음에 뭔가 슬픈 일이 있나 보다는 생각을 하며 손안 가득 제비꽃을 꺾어 들고 우리는 양호실로 돌아왔다

여리디 여린 제비꽃을 꽂기 위해 나뭇가지를 주워와서 물컵에 나뭇가지를 꽂고 그 위에 제비꽃을 조심스레 얹어가며 어우러지게 꾸며 갔다

정성의 보람이 있어 예쁘게 어우러졌다

양호선생님은 교무실에 다녀오셔서

그 모습을 보시고는 활짝 웃으시며 정말 예쁘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었다

그날 이 후로 봄이 오면 나도 몰레 제비꽃을 찾는다

후일 결혼을 약속한 남자의 배신으로 마음 아파하시다가 독일 파견 간호사로 가셨는데 지금은 어디 사시는지 ㅡ

오늘 문득

보랏빛 제비꽃을 보며 떠올려 본다

자그마한 키에 통통하시고 웃으시면 두 눈이 거의 감기는 귀여운 모습의 양호선생님

어디선가 불쑥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ㅡ명화야! 우리 제비꽃 보러 갈까? 라시는

어쩌면 고운 모습 아직도 간직하고 계실까?

아님 나 처럼 은발의 머릿결 빗고 계실까? 그리움에 마음으로 외쳐본다

정혜자 양호선생님~~~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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