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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도토리 묵을 나누며

by 한명화

언제인가 이쁜 며느리

ㅡ엄마가 가져다 드리래요

ㅡ도토리 가루라고 묵 쑤어 드시라시네요

고맙다 전하라는 인사말을 몇 번은 한 것 같다

도토리 가루를 그 바쁘신 분이 우릴 생각하며 구해 보내신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ㅡ

처음 도토리묵 도전?ㅡ

엥? 왜 이렇지?

엉키고 들러붙고 난리가 났다

그래도 식혀 먹으니 쫀득쫀득한 그 맛이 괜찮아 뱃살을 쥐며 웃었었다

미완의 성공? 이라며

모임 있던 날 고수들에게 배웠다

ㅡ도토리 가루는 그냥 두지 말고 페트병에 넣어 냉장실에 두면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는다고

ㅡ도토리 묵을 쑬 때는 바로 끓이지 말고 가루를 몇 시간 담갔다가 가라앉으면 물을 따르기를 두 번쯤하고

ㅡ끓일 때는 물을 좀 넉넉히 넣고 은근한 불에 끓이다가 너무 점도가 높으면 물을 넣어가며 끓여야 한다고ㅡ

요즘 날마다 걷기 운동에 빠져 무리가 왔나?

아님 봄을 타나?

피로감이 감기는 게?

어제저녁 갑자기 냉장고 속 도토리 가루가 생각이 났다

아! 도토리 묵을 쑤어야겠다

배운대로 실천해 가며 묵을 쑤어 작은 스테인리스그릇 네 개에 나누어 담아 놓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탱글탱글 대 성공ㅡㅡ

짝꿍에게 한입, 나도 한입, 맛있네

묵을 정리 하며 고마운 이들이 생각났다

먼 곳 까지는 챙길 수 없고 또 양도 적으니

다 챙길 수는 없고 뭐든 우리 회장이라며 챙겨주시는 가까이 옆 아파트에 사시는 언니에게 전화드리고 전하며 양이 적으니 아저씨나 드시게 해 보라 가져왔다는 나의 말에 우리 회장 이런 것도 할 줄 아느냐고 고맙다시며 너무 좋아하신다

또 몸이 아팠을 때 밤새 끓였다며 곰국을 큰 그릇에 가져온 같은 동 옆라인의 아우가 생각났다

남편 보내고 아들 군에 가고 혼자 삶을 버텨내고 있는 아우에게 별거 아니지만 직접 만든 도토리묵이니 먹어보라 가져다주었다 깜짝 반가워하며 고마워하던 아우가 보내온 문자ㅡ

쫄깃한 묵에 양념장과 김치 썰어 넣고 만들며 다 먹어버렸다고 많이 힘들고 피곤했는데 묵을 맛있게 먹고 기분이 좋아졌다며 힘이 나서 오늘도 행복하게 살 거란다

그럼 너무 고맙지ㅡ

묵을 들고나갈 때 옷 따뜻하게 입고

모자도 쓰고 나가라고 챙기셨던 짝꿍

아침부터 묵을 들고뛰어다니다 들어온 모습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으신다

아마도 묵을 끓이고 아침부터 나누고 있는 모습이 괜찮아 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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