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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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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Jun 03. 2024

바람의 언덕 다시?

태백 폐광촌 주민들의 정성으로 핀 수천 송이의 아름다운 작약꽃을 보았으니

바람의 언덕에 도전하자ㅡ

날씨도 좋고ㅡ라며 꽃밭을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심상치 않더니 비가 온다

방금까지 꽃구경 잘했는데 웬 비? 잠시 지나는 비겠지 라며 바람의 언덕으로 향하는데 비는 계속되고 바람까지 불어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작년에 바람의 언덕에 왔을 때가 떠오른다

바람의 언덕을 오르는 길을 노란 조끼의 남자들이 막아선다

왜?라고 묻자

차는 들어갈 수 없다며 길가에 줄지어 서있는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고ㅡ

같은 승용차인 택시는 가는데 왜 우리는 못 가느냐고 항의를 하자 돌아오는 답은

길이 위험해서 길을 잘 아는 택시는 안전하다나 ㅡㅡ기가 막혀서

차를 길가로 돌리는데 노란 조끼 한분이 오더니 택시비는 25000원? 인가하는데 바람의 언덕을 돌아오고 사진도 찍어 준다나

아무튼 기분이 매우 언짢아서 돌아왔었다

이번에는?

날씨가 변수가 되었다

삼수령휴게소 앞을 지나 바람의 언덕으로 향하는 길이 비바람과 안개로 덮어 앞을 가린다

천천히 꼬부랑길을 오르는데 삼대강 꼭짓점이라는 안내판을 지나 좀 더 안갯길을 뚫고 가니 삼거리가 나오고 내비의 방향은 막아놓고 꺾어 가라는 화살표가 바라보고 있다

내비의 방향을 올려다보니 공사 중인데 마침 관계차량으로 보이는 차가 들어가기에 막아서서 물어보니 화살표 방향으로 가면 된다고ㅡㅡ

화살표 방향으로 돌아 내려간다

좀 더 가는데 안개 덮은 뻘겋고 넓은 밭이 펼쳐지는데 사람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이 안갯속에 실루엣처럼 보인다

밭 밑으로 길이 나있는데 차는 멈추어 섰다

조금 더 가면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위험해서 안 되겠다며 돌아가자 하는 짝꿍의 말에 여기까지 오르며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하는 생각에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오자는 말을 남기고 차를 돌렸다

돌아 나오며

어디든 길을 열어주고 허락을 해야만이 볼 수 있는 것인데 바람의 언덕은 우리와 인연이 없나 보다고 웃으며 내려왔는데

엥? 이게 웬일ㅡ내려오니 비는 그치고 날씨도 맑아지고 있어 다음행선지에 대한 기대를 하며 역시 바람의 언덕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며 웃었다

이 글을 쓰며 작년의 택시이야기를 하는데

거기는 길이 위험하고 또 날씨변동도 많아서

택시를 타고 한 바퀴 도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는 짝꿍의 말에 힘이 많이 드셨구나 라는 생각과 그것도 모르고 안개 덮인 나무숲이 몽환적이라며 떠들어 댔던 일이 생각나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여보!

오늘 점심에는 닭 한 마리 사다가 삼계탕 푹~ 끓여 드릴게요ㅡ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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