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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고려가 남겨준 마애이불좌상

원풍리 마애이불좌상

by 한명화

일기예보에서 폭염으로 외출을 삼가라는데

새벽부터 길을 나선 8월 중순

뜨거운 태양을 피해 가며 찾아간 곳

ㅡ고려시대 불상

ㅡ보물 제97호 (1963년 보물지정)

ㅡ괴산 원풍리 마애이불병 좌상

길가에 주차를 하고 간단한 아침식사에 커피도 한잔 마시고 드디어 만남의 시간

길가에서 돌로 쌓은 계단을 올라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있었다

커다란 바위를 움푹 파가며 입각한 모습이다

한 곳에 나란히 두 불상을 입각한 예는 아주 드물며 이곳 괴산의 이불병좌상은 그중에 대표적이란다

보물 제97호 괴산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 앞에 서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다

둥근 얼굴에 가늘고 긴 눈, 넓적한 입, 미소가 가득한 얼굴은 완강하면서도 자애롭고 평온한 느낌이다

한참을 자세히 바라본다

마주 보는 왼쪽 불상의 표정은 평온하고 그저 자애로운 미소로 생각에 잠긴 듯하고

마주 보는 오른쪽 불상의 표정은 꼭 감은 두 눈이 무언가 걱정이 있어 고뇌하는 듯한 완고한 표정이었으나 그럼에도 얼굴에 미소가 담겨 있었다

또 왼쪽 부처의 가사는 양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주름선이었으며 오른쪽 부처의 가사는 한쪽 어깨에 걸쳐 흘러내리는 자연스러운 주름선이 아름다웠다

부처상 앞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 올려다보며 생각해 본다

이 불상을 만들기 위해 높은 사다리에 올라 수많은 날동안 정으로 쪼아 바위를 깨어내며

저처럼 평온하고 자애로운 표정을 표현해 낼 수 있었을까

저 가사의 흐르는 선을 저리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불상을 한 조각 한 조각 돌을 정으로 쪼아 표현해 낸 장인의 불심이 존경스러웠다

햇살이 떠올라 불상 정면으로 쏟아진다

햇살에 빛나는 불상은 온화한 미소로

고려 때부터 기다린 긴ㅡ기다림이었는데

이 뜨거운 날임에도 먼 길 찾아주어 고맙다며 행복하라고 ㅡ

우리는

오랜 세월을 견뎌준 고려의 귀한 선물 보물 제97호 마애이불병좌상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ㅡ

마주 보며 마음의 인사 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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