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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Sep 07. 2024

행복한 마음 가득 채운 벌초

어제는 9월 6일

며칠 전부터 장인어른 벌초를 해드리겠다고 점찍은 날

새벽 4시경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주룩비는 이침 6시가 다  때 까지도 내렸다

5시쯤부터 일어나 필요한 것을 준비하며 

여보!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묻자

아니! 걱정 마 아버지 계신 곳은 비가 없어

오늘 비 오지 않으니까 걱정 마ㅡㅡ란다

6시 출발할 때는 비가 조금씩 내리다가 의정부 가까이 을 때 나무들도 길가의 풀들도 물이 고프다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산에 도착하니 일하기 좋으라고 구름 낀 날씨에 비 다녀간 흔적이 없었다

정말 아버지가 착한 셋째 사위랑 딸이 온다고 비를 막아 놓으셨나 보네 라며 마주 보고 웃는다

짝꿍은 장비를 둘러메고 난 준비해 간 과일이랑 술을 들고 풀들은 미안함도 없는 듯 무성한길을 해치며 산을 오른다

드디어 도착한 산소의 너른 좌판에 무성한 억새기세 등등 하게 올라와 좌판을 채워 놓고는 베어 내보라는듯하다

아버지! 잘 계셨지요? 셋째 사위 왔어요

아버지! 셋째 딸도 왔어요

각자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 작업 준비에 돌입 짝꿍은 예초기로 풀을 베기 시작하고 나는 짝꿍이 제작한 조그만 쇠갈키로 긁어모아 한쪽에 쌓아 놓는다

시간이 흐르고 이마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열심히 작업에 임했다

묘 주변과 좌판이 깨끗해지고 아래쪽으로 내려가 그곳도 깨끗하게 이발을 했다

여보! 됐어요 시원한 물 한잔 드시고 아버지 뵙게요

장비를 정리하고 손을 닦고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상석을 깨끗하게 닦고는 준비해 간 꽃을 화병에 꽂고 커다란 배를 깎아 올리고 샤인머스켓도 올리고  막걸리를 잔에 따라 올린 후 우리는 묵념을 올렸다

부디 아버지의 영혼이 평안하시기를 ㅡㅡ

그리고 한마디 보탰다

아버지! 그 큰 배랑 아주 맛있는 포도는 사위가 사 왔어요 맛이 괜찮으신가요?ㅡ

그리고는 부탁을 늘어놓았다

아버지!

저희에게 손주도 보게 하시고

사위도 볼 수 있게 도와주세요ㅡ

가신지 오래지만 정이 많은 따뜻하신 아버지

늘 ~그리움에 부르지 못한 부름 실컷 부르고

내년 봄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드렸다

산을 내려오며ㅡ

이렇게 벌초하러 데리고 와준 짝꿍에게 너무도 감사해서 행복한 마음 가득 채운 파란 하늘빛처럼 밝은 웃음으로 마주 보며

여보! 고마워요 ㅡ라는 인사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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