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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Aug 28. 2024

꽃상여야! 나도 ㅡ

꽃상여

박물관의 전시실꽃 상여를 본다

 작은 꼬맹이가 엉엉 울며 따라가던

할아버지 태운 꽃상여가 다가왔

동네 언니들 밤새워 꽃을 접고 예쁘게 펴 꽃단장한 꽃상여에 할아버지 누우신 관이 조심스레 올려지고 머뭇거리며 대문을 나서더니 정자나무 앞에서 잠시 쉬시게 하고는 동네길 돌아 뒷산길로 무거운 발길 떨어지지 않아 천천히 천천히 간다

앞에서 상여 붙잡고 이끄는 상복 입은 가마꾼의 목소리가 들린다

땡그랑땡그랑 종소리를 울리며 길 닦음의 걸쭉한 목소리 들려온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나리 동차 어이야

북망산천 가는 길이 어나리 동차 어이야

왜 이리 멀다더니ㅡ 어나리 동차 어이야

개똥밭에 굴러도ㅡ 어나리 동차 어이야

이승이 좋다는데ㅡ어나리 동차 어이야

가네 가네 나는 가네 ㅡ 어나리 동차 어이야

가마꾼 대장 구슬픈 가락에 맞추어

꽃상여 어깨에 걸친 가마꾼들 장단이

지금도 또렷하게 들리는 듯하다

옥토골 름진 밭 평평한 너른 땅에

할아버지 관 모시고 흙으로 메꿔 꼭꼭 밟아 앞은  둥글게 뒷꼬리는 길쭉하게 잔디 올려 지붕 덮어 묘가 완성되자 그 앞에 술 올리고 떠나올 때 꼬맹이 소리 내어 울었다

할아버지 왜 흙속에 버리고 가느냐고

다시 파내 우리랑 같이 집에 가자고ㅡ


박물관 전시실에 아름다운 꽃상여

여기저기 통곡소리 많기도 한데

저승 가는 길 어이 돕지 않고

이곳에서 잠이나 늘어지게 자고 있는지ㅡ

꽃상여 앞에 서서 그립고 따뜻했던 옛 생각에 빠져있다

꽃상여야!ㅡ

후일 나 먼 길 갈 때 나도 태워 주려무나

떨어지지 않는 이승의 발길

이 처럼 아름다운 널 타고

가마꾼의 장단에 곡조 맞추다 보면

빙그레 미소 짓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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