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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께
그래, 역시 이 맛이야
by
한명화
Nov 28. 2024
눈이 내린다
아주 펑펑
밤새 계속 쏟아진 눈에 걱정이 된다
출근하는 사람들
학교 가는 아이들
발이 푹푹 빠질 건데 ㅡ
이젠 좀 힘들 것 같은데
망설이던 짝꿍 벌떡 일어나
눈
치우러 갑시다
지금껏 우리 구역이 있잖아
치워야 마음이 후련하겠어
단디 차림을 하고 장화도 신고
눈 밀대와 눈삽을 들고 현관을 나선다
우와!
너무 많이 왔네
지금도 내리는데?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는데
아파트 옆 길로 가니 역시 눈지옥
하나, 둘 쌓인 눈에 푹푹 빠지며 걷는
이른 출근자들의
모습을 보며
우린 힘을 쏟는다
얼마나 눈이 많이 쌓였는지
나뭇가지도 휘고 부러지고
눈을 밀어내니 나타나는 녹빛의 길
지나는 이들이 인사 전한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십니다 ㅡ라는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주고받는 인사에 마음이 따뜻하다
눈에 물기가 많아 너무 무겁다
앞서 눈을 치우며 가던 짝꿍
휴ㅡ힘들다며 허리를 편다
자! 그래도 힘내자고ㅡ
숨을 몰아쉬며 눈 치우기 한 시간 반
쭉 뻗은 녹빛의 길이 보인다
걷는 사람들 눈에 빠지지 않고 간다
허리를 펴고 마주 보고 서서
그 모습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가 핀다
그래, 역시 이 맛이야
오늘 하루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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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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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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