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다릴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명화 Nov 28. 2024

그래, 역시 이 맛이야

눈이 내린다

아주 펑펑

밤새 계속 쏟아진 눈에 걱정이 된다

출근하는 사람들

학교 가는 아이들

발이 푹푹 빠질 건데 ㅡ


이젠 좀 힘들 것 같은데

망설이던 짝꿍 벌떡 일어나

치우러 갑시다

지금껏 우리 구역이 있잖아

치워야 마음이 후련하겠어


단디 차림을 하고 장화도 신고

눈 밀대와 눈삽을 들고 현관을 나선다

우와!

너무 많이 왔네  

지금도 내리는데?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는데


아파트 옆 길로 가니 역시 지옥

하나, 둘 쌓인 눈에 푹푹 빠지며 걷는

이른 출근자들의 모습을 보며

우린 힘을 쏟는다

얼마나 눈이 많이 쌓였는지

나뭇가지도 휘고 부러지고


눈을 밀어내니 나타나는 녹빛의 길

지나는 이들이 인사 전한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십니다 라는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주고받는 인사에 마음이 따뜻하다


눈에 물기가 많아 너무 무겁다

앞서 눈을 치우며 가던 짝꿍

휴ㅡ힘들다며 허리를 편다

자! 그래도 힘내자고ㅡ

숨을 몰아쉬며 눈 치우기 한 시간 반


 뻗은 녹빛의 이 보인다

걷는 사람들 눈에 빠지지 않고 간다

리를 펴고 마주 보고 서서

그 모습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가 핀다

그래, 역시  맛이야

오늘 하루도 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