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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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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Nov 30. 2024

11월이 아프게 가고 있다

봄날의 새 빛

여름의 시원한 그늘

가을의 아름다운 색체

찬 겨울 지나면 다시 봄을 준비한다더니


첫눈 슬픈 눈물 가득 채워 내린 날

눈물 머금은 하얀 눈의 습격에

너무 아팠나 보다

가을의 벚꽃을 그리 곱게 피웠던 벚나무

오랜 세월 계절을 노래하더니

뿌리째 뽑혀 흰 눈 위에 누워있다


분당천가 긴 머릿결 자랑하던 버드나무

가지를 누르는 거대한 눈의 무게에

바티다 버티다 온몸을 찢기 운 아픔에

슬픈 곡조로 통곡하고 있다

찰랑이며 곱던 모습 잃어버렸다며


장군의 모습처럼 사철 푸르던 소나무야

너도 견뎌내지 못했구나

그리 푸르름 자랑하던 가지를 내어주고

슬픔에 쓰러져있음 어떡하자는 거니

햇살 내린 시간에 온몸에 내려앉은

무거운 하얀 털어내지 그랬어

그래, 많이 아프겠구나


11월이 아프게 가고 있다

오랜 날들 개천가를 지키던 아름다움이

상처 안고 슬피 울고 있는 모습 보며

아픈 걸음 옮기고 있다

12월이 문턱을 넘고 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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