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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감사해요 당신과 함께여서

by 한명화
1983년 추석날의 지는 해

1983년 추석날은 휴일이 하루여서 고향에도 못 가고 외로운 추석날이었다

가계들도 문을 닫고 거리는 텅 비었으며 명절에 홀로 하는 외로움에 버스를 타고

남한산성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가 뒤쪽으로 날이 어두워지고 그 많던 사람들이 다 내려가고 달이 중천에 떠오르는 것도 모르고 있었나 보다

뒤에서 들리는 음성ㅡ

-아주머니! 날이 어두워졌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는데 돌아보니 사람은 아무도 없고 저벅저벅 멀어져 가는 발걸음 소리만 들렸었다

얼마나 무섭고 놀랐는지ㅡㅡㅡ

그게 인연이 되어 만나게 되었고 서로를 알아보고 우린 100일이 되기 전 결혼을 했는데 휘리릭~~~~ 날들이 지나 어제는 벌써 41번째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어제는 스케줄이 있어 오후에야 집에 돌아와

오롯이 짝꿍과 둘이서 마주 앉은 저녁 식탁에 고기도 굽고 며칠 전에 사다둔 막걸리로 축배도 들며 식사를 한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아 살펴주고 배려해 주는 짝꿍의 모습에 늘 고마워요를 달고

살 수 있게 해 주니 얼마나 복 받은 삶인가

오랜 날들을 사는 동안 늘~ 행복하게 해 주어 감사하다

앞으로 또 많은 날들에 건강을 유지하며

여행도 다니고 행복한 마음으로 마주 보고 웃으며 남은 날들을 가꾸어 가리라

언젠가 먼 길 떠나는 날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ㅡ


이 글을 쓰며 가만가만 속삭여 본다

41년을 행복하게 잘 살아 축하해!

서로에게 늘 감사하며 잘 살아왔어

평안하고 평범한 삶에 감사하며

앞으로의 날들도 잘 살 거야

여보! 정말 감사해요 당신과 함께여서

명화야! 정말 축하해 ㅡ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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