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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짝사랑하는 거니?

by 한명화

힘겹게 올라온 공원의 산 정상

정자 앞 벤치에 앉아

큰 숨 호흡하며 쉬고 있다

어? 까만 토끼다, 하얀 토끼도 있네

찬겨울 추위에 왜 따로 있니

같이 있으면 좀 따뜻할 건데ㅡ


내 말을 알아 들었나?

검은 토끼 살폿살폿 뛰어

하얀 토끼 옆으로 다가가더니

하얀 토끼 등에 얼굴을 비빈다

어? 안 통하네

이번에는 나란히 앉아 얼굴을 맞댄다

이것도 안 통하네

입을 대고 비벼대도 멀뚱멀뚱

뭐야? 이래도 안 통하잖아

자존심 상했나?

검은 토끼 속상한 듯 휙 돌더니

엉덩이를 대고 앉아 씩씩대고 있다


검은 토끼야!

아무리 애교 부려도 안 통해?

혹시 너 짝사랑하는 거니?

그렇다면 너무 애쓰지 말고

저런 목석은 그저 마음 접으면 어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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