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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여유로운 큰숨 내쉬며

by 한명화

삶이라는 둥지를 위해 살았던 날들을 내려놓고 봉사라는 말 앞세운 사회의

틀 안으로 발 들여놓은 지 수많은 날들에 앞장서 걷는 걸음 바빴다

문득 돌아보니

이제는 내려놓아야 하는 일들이 줄을 서있는 것 같아 오랜 날 바삐 뛰어다닌 걸음을 느린 걸음으로 바라본다

꽤 바삐 열심히 살아왔구나

지난날들이 인사한다

애 많이 썼다고ㅡ


분당천의 새로 놓인 다리가 웃는다

분당천가의 벤치들이 웃는다

담벼락의 시화들도 웃는다

새롭게 만들어 편리해진 길이 웃는다

아파트 옆 지하도의 벽이 밝음으로 웃는다

말끔해진 전봇대가 웃고

아파트에 걸친 아름다워진 다리도 웃는다

능률적인 방법으로 일처리를 변경해서 편해진 경비아저씨들의 모습도 웃으며 본다

짝꿍의 한마디

당신, 동네를 위해 일 많이 했잖아

그렇구나

동네사람들은 몰라도 짝꿍은 안다

애써 이룬 결과물들을


하지만 이젠

어깨 위에 올라앉은 공적인 일들은 기꺼이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고 소곤댄다

은발의 머릿결이, 지나간 세월이

나 자신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섭섭이란 말조차도 깨끗하게 비질하고 내려놓아야겠다고

그동안 날짜에 표시해 가며 여행도 다녔는데

이젠 다 내려놓고 짝꿍과 둘이서 온전한 여유를 즐기며 살아아겠다

독백처럼 쏟아내는 결심을 들은 짝꿍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라며 얏호!ㅡ를 외쳤다

이제는 회의날, 행사날짜를 체크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여행하자며 행여 섭섭함 있을까 위로의 한마디도 하신다

공적인 직함 다 내려놓는다고 섭섭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모임의 회장님 직함이 몇이나 있으니 아직도 바쁠 거요라고

아! 그렇긴 하네

그래!

2월과 함께 분주했던 일상 떠나보내고

새봄과 함께 둘이서 행복한 여행을 시작하자

여유로운 큰 숨 내쉬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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