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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삶의 길을 알면 살맛이 날까?

by 한명화

차가 달린다

긴 터널을 지나고 또 지나고 지난다

터널은 살짝 휘어져 돌아가고

또 어떤 터널은 아주 길이가 길어도 직선이다

직선 터널을 지나며 측량사들의 측량기술을 칭찬한다

이 깊은 산 밑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 처럼

긴 터널을 뚫었을까

언젠가 어느 측량사분이 자신의 실수로 양쪽에서 터널을 뚫고 와 만나는 지점이 맞지 않아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히게 되어 사표를 냈노라는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휘어진 터널을 지나고 또 마주한 터널은

쭉 뻗은 긴 터널의 끝이 아주 작은 빛으로 나타난다

-여보! 터널은 약간 휘어져 가는 길이 더 마음이 편한 것 같네요-라고 하자

-그렇지? 이 처럼 쭉 뻗은 터널은 앞이 보이니까 약간 지루해 보이고 재미가 없지?

어쩌면 우리 인생도 앞이 훤이 보인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ㅡ

삶의 길을 알면 살맛이 날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또 언제 어떻게 인생을 마감할지를 안다면 살맛이 안 날 거야ㅡ 여행도 그렇지 처음 갈 때는 모르기에 기대감이 있어 설레고 도착해서 우ㅡ와!

감탄을 하지만 두 번째는 덤덤하잖아?

재미도 덜하고ㅡ

ㅡ터널도 저처럼 앞이 보이는 것보다 약간 휘어져 그 앞을 가려주니 더 정신 차리고 운전을 하는 거지ㅡ

짝꿍의 얘기를 들으며 터널도 인생길과 같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쭉 뻗은 터널의 끝 입구가 보이는 것처럼 자신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면 계획도 수정하고 이리저리 피하기도 하고 희망이나 꿈이라는 단어가 생경할 것 같다

그래서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노랫말처럼 신은 우리에게 미래를 볼 수 있는 해안을 허락하지 않은 것인가 보다

모르니까 백 년도 못 살 인생 천년을 살 것처럼 아등바등 살지ㅡ

ㅡ여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오늘의 여행 즐겁고 행복하게 잘합시다

파이팅!ㅡ

여행지의 길을 안내하고 있는 네비아가씨의 낭랑한 목소리에 의지하며 터널 속을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는 삶의 길을 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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