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를 향하는 충남의 들판을 지난다
들판의 논에 물들이 놀고 있는 건
부지런한 농부들 한해살이 시작인가 보다
어느 논에는 모판이 파랗게 자라고 있고
또 어느 논에는 어서 모내기를 해달라고 재촉하는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물이 찰랑대는 논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추억이 밀려온다
고향동네는 논농사가 주가 되는 농촌이었다
이맘때가 되면 큰언니는 설렘과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동네 처녀 총각들의 한해 중 가장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모내기 단을 꾸리는 시기여서 모내기 단에는 20여 명 정도가 들어간다
들어가고 싶어도 너무 느린 사람이거나 너무 체격이 큰 사람은 제외된다
손이 빠르고 모내기 기간 중 견딜 수 있는 지구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모내기단은 동네의 자랑으로 모내기가 시작되면 부근의 모든 마을의 논이 파랗게 춤을 출 때까지 계속된다
어느 분들은 자신의 논부터 심어 달라며 사정을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뭔가 행동을 하는 듯도 했지만 단원들은 꿋꿋하게 차례를 지키고 부근의 논으로 건너 다니며 모내기를 한다
모줄을 두 명이 양쪽에서 잡고 그 줄 앞에 줄을 맞추어 사람들이 늘어서서 모내기가 시작되는데 어이~어이~소리는 모줄을 옮긴다는 신호였다
큰언니는 모내기를 하고 집에 오면 허리 아파 끙끙이고 다리에 거마리가 붙어 피가 나는 모습도 종종 보였는데 어느 날은 거마리가 붙은 채 와서 깜짝 놀라 떼어준 적도 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다음날이 면 또다시 모내기를 하러 나간다
언니의 말에 의하면 옆에 손이 빠른 사람이 있으면 허리를 필 짬이 나는데 손이 느린 사람이 있으면 그쪽까지 심어야 하기에 허리를 들 짬이 없어 너무 힘들다며 느린 사람 옆에는 서로 안 서려해서 돌아가며 선다고 하며 너무 느린 사람은 스스로 빠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
하지만 약 20여 일이 지나 모내기가 끝나고 손에 목돈이 들어오면 활짝 웃는 모습에 아마도 부모님의 한 옆을 채워드릴 수 있다는 마음이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세월은 흘러 이젠 모내기단이란 단어도 사라지고 논에는 이양기가 모내기를 한다
여행 중 물이 찰랑대는 논과 못자리를 따로 만들어 기르는 모판이 스쳐가며 까마득한 어린 시절 고향집으로 나는 달려가고 있었다
ㅡ큰언니! 많이 힘들어?
ㅡ큰언니! 여기 거마리 붙었잖아ㅡ라고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