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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두릅을 다듬으며

by 한명화

아침부터 비다

여름 장맛비처럼 추적추적 내린다

딩ㅡ동, 딩동 ㅡ

누구세요? 라며 문을 열자 경비 아저씨다

-어제 휴일이어서 산에 갔다가 두릅을 조금 땄는데 삶아 드셔보시라고-라시며 둘둘 말린 신문지 뭉치를 내미신다

ㅡ고맙습니다

저번에도 잘 먹었는데 잘 먹을게요ㅡ

아저씨가 환한 미소를 남기고 가시고 받은 두릅을 식탁에 펴 놓고 손질을 한다

조금 늦따서 가시도 약간 억센 부분은 잘라내고 겉껍질 붙은 부분은 따내며 짝꿍에게 말했다

ㅡ여보! 이제 내가 아파트 활동을 모두 내려놓았는데도 아저씨는 똑같으시네요

예전엔 의식하시나?라는 생각이 조금 있었는데 일과 관계없이 감사하게도 인간적으로 우릴 잘 보신 모양이네요ㅡ라고 말하며 우리의 모습을 돌아본다

늘 감사함으로 대하는 우리 부부와 마음이 통하신 것 같다

경비 아저씨들도, 청소하시는 여사님들도, 기계실과 관리실에서 도움을 주시는 모든 분들이 감사하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아시는 듯 모두들 만나면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또 친절하시다

봄비가 아침부터 추적이고 있다

날씨도 이러니 좀 있다가 김치전이라도 붙여 갖다 드리고 싶다

이런 날엔 김치전에 막걸리 한잔이 딱이지만 근무시간이니 막걸리는 안되고ㅡ

삶 속의 소소한 행복이 이런 게 아닐까?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며 가슴이 뭉클해질 때

더 큰 따뜻함으로 다가오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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