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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평안하고 여유롭게

by 한명화

며칠 전

동 발표회가 있었다

우리는 노래교실의 대표 주자가 되어

검은 바지와 흰 티에 반짝이 모자를 쓰고

올록 볼록이 목걸이도 걸고 무대에 올라

율동을 곁들인 노래를 불렀다


몇 년 전 모임의 지인들과 노래교실에 모두

등록하여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깊은 가을 발표회에 나가야 한다는데

너무 생경해서 어쩌나 걱정이 가득했었다

첫 번째 발표회 때 너무도 어색하고 남의 자리에 서있는 듯한 감정과 스스로에게 뭐 하느냐는 질책을 하기도 했었다

두 번째 발표회에도 무대의 시간에 여전히

어색함을 떨치지 못했었다

노래교실에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지인들과 수다의 시간을 갖는 목요일은

공식 지정일이 될 만큼 이젠 날들이 많이 지났다

세 번째 발표회 날

이번엔 괜찮겠지?

아직도 완전히 동화되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자연스러워짐을 나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무대를 내려오며 마주친 앞 객석에서 응원하며 늘 지적하던 지인에게 물었다

어때, 나 이번엔 자연스러웠지?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좀 자연스럽게 잘하더라고


늘 앞에서 이끌며 살아온 자신의 길에서 수십 년을 입었던 옷을 벗고 나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다른 옷을 입는다는 것이 그리 쉽겠는가

삶의 터 내려놓고 다른 쪽 길에 선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이구나

삼 년의 날들이 지나고서야 지인의 입에서 나온 평이 ㅡ이제 좀 자연스럽다ㅡ라니

발표회를 마치고 두루 모여 뒤풀이도 하고

집에 돌아와 생각에 잠겼었다

그렇구나

예전의 나를 완전히 내려놓고 나이 들어감을 즐기며 걸어야겠구나

평안하고 그저 여유롭게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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