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마늘을 까며

by 한명화

날씨가 몹시 춥다

어제 치과 치료로 기운이 방전된 짝꿍에게

누룽지 닭백숙을 해드리려고 꽁꽁 중무장하고 마트에 가서 아주 커다란 토종닭을 사 왔다

껍질을 벗겨내고 누룽지와 통마늘을 듬뿍 넣고 누룽지 닭백숙을 만들기 위해서다

닭은 사 왔고 아침 식사로 끓여 먹는 누룽지도 있고 이제 마늘을 준비할 차례다

여보! 마늘 좀 내려 주세요

지난가을 추석즈음 강원도 시가 선산에 벌초를 하러 갔다 오던 길에 몸이 아프시다는 둘째 형님 댁을 뵈러 들렀었다

깜짝 반가워하는 둘째 형님께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시간이 늦어 나오려는 우리를 붙잡으시고는 아주버님께 시키신다

ㅡ저기 걸어둔 마늘 두어 접 가져오시고 윗방에 들기름 짜놓은 것 있으니 두어 병 가져다 싸주라고 ㅡ

형님! 힘들게 농사지으셔서 이리 주시면 너무 고맙고 죄송해요ㅡ라는 내게

마늘이 너무 잘아서 난 까먹기가 힘들어서 주는 거라시며 눈 좋은 사람이 까먹기 쉬울거라시며 굳이 싸 주셨다

결혼 초부터 유독 둘째 형님께서는 친정어머니처럼 뭐라도 꼭 챙겨 주셨었다

때문에 우리도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어 한다

아프신 몸으로 지으신 귀한 농산물이기에 기름 단 한 방울도 허비하지 않고 깨끗하게 헹궈서까지 먹고 마늘은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발코니 한 곳에 달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까서 먹고 있다

짝꿍은 큰 키로 쉽게 마늘을 꺼내 한알씩 따서 그릇에 담아 거실에 앉아 둘이서 마늘을 깐다

달짝지근하고 매운맛도 적당해서 쌈 싸 먹고 고추장 찍어 먹으면 아주 제격인 강원도 시가의 육쪽마늘이 특유의 향을 내며 코끝을 들락인다

ㅡ강원도 마늘은 정말 맛이 있어요

ㅡ강원도 마늘은 육쪽이어서 까기도 쉽지

ㅡ정말 상한 게 없이 싱싱하네요

ㅡ형님께 전화드려야겠어요

도란도란 정담 나누며 마늘을 깐다

이 마늘을 까서 손질해 놓은 닭을 압력솥에 넣고 누룽지를 닭 뱃속에 적당히 담고 물을 적당히 부어 끓여야겠다

센 불로 약 10 분

중불로 약 10 뷴

약불로 약 10분을 끓이면 부드럽고 구수해서 맛있는 누룽지 백숙이 되겠지

치과 치료로 힘들었던 짝꿍이 무리 없이 맛있게 드실 생각에 알이 작은 마늘 까기에도 빙그레 행복한 미소가 핀다

둘이 마주 앉아 마늘을 까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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