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예가 아니라 실패의 예에서 배우자
번외는 내용도 편하게, 문체도 편하게, 쓰는 사람도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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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나 각종 중간지원단체에서 하는 주민교육프로그램에는 선진지 견학이라는 프로그램이 빠지질 않는다.
좋다!
책상에 앉아서 일방적인 수업을 듣는 것보다 현장을 나가보는 것은 아주 좋은 교육이다.
하지만 왜 선진지 견학인가?
그 선진지라는 것이
단순히 먼저 시작한 곳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성공한 곳을 말하는 것인지 되 집어 볼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중 일부 지역은 탐방 올 사람들을 대비해 해설사 과정을 만들어 해설사를 양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해설사가 이야기 하는 것은 우리가 책에서나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와 무엇이 다를까?
왜 선진지 견학을 가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선진지 견학을 가는 이유는
1)먼저 시작한 곳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듣고 이를 우리의 사업에 선대응 하기 위해서,
2)성공적인 사업방식이나 운영방식을 배워 우리의 사업에 적용하기 위해서,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의 사업 현장을 보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의지를 공유하기 위해서 등등일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선진지 탐방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가?
주민 사업에 있어 발생되는 문제는 1~2년차가 다르고, 3~4년차가 다르고. 5년이후에 나타나는 문제가 다르다.
(10년이 넘어가면 또 다른 지속가능과 세대교체의 문제가 나타난다. 사실 주민 사업은 시작하면서부터 끝날때까지, 아니 끝나고 나서도 문제는 계속 나타난다. 문제를 나쁜 뉘앙스로 받아들이지 말자.)
특히나 재정지원이 있는 사업 초기와 재정지원이 마무리 되어가는 후기, 그리고 지원이 끝나고 나서의 문제와 갈등은 다를수 밖에 없다.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도 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그렇다면 문제를 미리 알고 선대응하기 위해서라면 지원이 끝나고 자생적으로 진행되는 지역에 가보아야만 된다.
한참 사업 진행중인 곳에 가서 모든 문제를 다 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진짜 문제와 갈등은 지원사업이 끝나고부터 시작인데.....
지원이 진행중인 사업지 탐방은 수박 겉할기식 탐방, 혹은 자기 만족형 탐방일뿐이다.
그런곳에서 희망만을 보고 와서 예상치 못하게 닥치는 갈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자체나 중간지원단체가 자기들이 철수한 뒤의 주민들의 지속가능을 정말 희망한다면 이제는 이런 선진지 탐방은 바꾸어야 한다.
돈 질로 깔끔한 곳 말고
지원사업이 종료되고 주민들이 스스로 버티는 곳에서야 말로 정말 배울것이 있다.
현장수업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지역의 해설사 제도에는 아쉬움이 크다.
우리가 탐방을 가서 듣고 싶은 것은 겉 모습이 아니다
겉 모습은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시간 들여 돈 들여 날 잡아 가는 탐방에서 책상에 앉아서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을 탐방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사실을 알고 싶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건지?
현장에서 치열하게 부딧치며 활동해온 사람들의 현실을 보고 싶다
불행히도 해설사 제도를 운영하는 곳 중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교육받아 녹음기처럼 출력하시는 곳들이 많다.
현장수업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고 정답이 없는 치열한 토론이 되어야 한다
내가 지역에서 마을공동체 탐방이나 사회적경제 탐방을 진행할 때면 마지막에 꼭 드리는 말이 있다
'오늘 보신거 다 잊으세요. 여러분들의 마을과 저희 마을은 사람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것을 한다해도 결코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사업이 아니라 사람을, 외형이 아니라 마음만 가져가세요'
어느 지역의 좋고 의미있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 지역에서만 의미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껏
Ctrl-c(복사)
Ctrl-v(붙여넣기)의 삶을 살아왔다
내 삶도, 우리의 사업도
매뉴얼, 설명서가 없으면 불안해 하고 쉬운 일에도 멘붕에 빠지기 일쑤다.
이제는 지도가 있어도 네비가 없으면 길을 찾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사업도 우리의 수요가 없으면 진행할수 없다
아무리 좋은 사업도 진행하는 사람이 다르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지금,
사람이 하는 사업, 사람이 함께 하는 사업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와 주변 사람, 관계망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예전에는 복사와 붙여넣기가 가장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었다면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들은 복사와 붙여넣기가 가장 실패하기 좋은 방법이다.
스스로를 믿고
주변을 믿어보자.
우린 더 잘 할수 있으니까?
선진지 탐방을 바꾸자
잘 된 곳을 보고 배우고 싶다면 최소한 지원사업이 끝나고도 버티는 것으로만 가자.
최소한 사업을 시작한지 5년이상이 된 곳으로 가자.
그 이상이면 더 좋고.....
사업명이 다르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주무부처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고........
관광지에 패키지 단체 여행 온 여행객들 마냥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탐방은 하지 말자.
인터넷에도 다 나오는 풍경을 현장에서 본다고 얼마나 사업에 도움이 되겠는가?
한 두 시간으로 다 보았다고 하지 말고 시간도 좀 넉넉히 잡자,
현장은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깊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리저리 다니지 말고 차라리 한 곳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정말 사업을 했던 주민이나 활동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자
곰무원이 해주지 않고
중간지원단체에서 해주지 않는
진짜 현실이야기를 .....
우리는 흔히 생존편향의 오류에 빠진다
자영업자들의 무덤이라는 치킨 가게는 왜 줄지 않고 계속 늘어날까?
나름 새로 시작하는 분들은 시장조사를 해 보겠지만 불행히도 시장조사의 결과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실패한 사람의 데이터는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공한 곳보다 실패한 곳을 가보는 것을 더 권한다
그곳에서는 오지 말라고 하겠지만......
성공한 이유들은 당장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도 많지만
실패한 이유들은 대부분 당장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가보지 못하면 공부를 하자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공부하고
화합이 아니라 갈등을 공부하자
실패를 알아야 우리는 지속가능을 꿈꾸어 볼 수 있다.
생존 편향은 생존에 실패한 사람들의 가시성 결여(lack of visibility)로 인해 비교적 가시성이 두드러지는 생존자들의 사례에 집중함으로써 생기는 편향을 말한다. 이 편향은 ‘낙관주의 편향’과 ‘과신 오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연구자들에게 실패 사례는 기록이 없거나 빈약한 반면, 성공 사례는 풍부한 기록이 남아 있으므로 본의 아니게 성공 사례를 일반화하는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언론도 ‘성공 미담’ 위주의 기사를 양산해내는데, 이 또한 기사의 흥미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도 있지만 실패 사례를 찾기가 어려운 탓도 있다. 실패를 한 사람이 뭐가 좋다고 자신이 나서서 “왜 나는 실패를 했는가”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겠는가 말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그런 기사들도 나오긴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예외적인 것일 뿐 성공보다 훨씬 많은 실패 사례는 언론 취재와 보도에서 사장되기 마련이다. 언론에 재미 교포로 성공한 미담들은 자주 실리지만, 비참한 실패를 한 사례는 거의 실리지 않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주식 투자의 실패 요인 중 하나도 바로 ‘생존 편향’이다. 주식시장에서 승자는 자신의 승리를 과시하며,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은 책을 쓰고 연사로 나선다. 이들의 성공 신화에 매료된 이들은 리스크에 눈이 멀게 되고, 주식 투자를 쉽게 여기며 가볍게 뛰어든다. 급등주나 대박주의 환상에 젖어 자신의 전 재산을 거는 사람들마저 생겨난다. 반면 돈을 잃은 패자는 말이 없다. 아니 말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책을 쓸 수도 없으며 강연도 할 수 없다. 이들의 경험이 더 보편적인 것이지만 승자들만 활개치니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 뻔하지 않은가
- 감정독재. 강준만 . 2014. 인물과사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