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커뮤니티비즈니스 = 갈등을 인정하자
과거에 갈등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과제였고 가능하면 숨기거나 감추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권리의식이 성장해 감에 따라 집단적 가치나 이익 혹은 구성원간의 이견에 따른 갈등은 계속 증가해 왔습니다.
사실상 삶 속에서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제는 갈등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합니다.
차라리 소극적으로 갈등을 대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제 갈등은 해결할 대상에서 관리할 대상으로 바뀝니다.
갈등을 다루는 전문기관도 생겨났고
지자체별로 갈등관리 매뉴얼이 만들어질 정도로 갈등은 주요한 의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도 갈등은 다양한 관계속에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커뮤니티비즈니스 혹은 공동체에서 갈등의 양상은
공동체(조직)내 갈등
지역 커뮤니티 공동체(조직)간 갈등
지역커뮤니티 외부와의 갈등으로 나누어 볼수 있습니다.
내부적 갈등의 양상도
실무자단위로 구원간의 갈등
남&여&노&소의 연령과 성에 따른 갈등
기존에 활동하시는 분과 새로 활동을 시작하는 분들간의 갈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실무자 혹은 운영진과 구성원의 갈등은 대부분 소통의 문제로 표현됩니다.
권력은 정보량에 의해 결정됩니다.
정보가 많은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실무자에게는 정보가 일이고 부담일지 모르지만 정보가 없는 사람이 보기에는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정보를 전달할지의 방법적 문제, 효율적 문제를 고민하시는데 방법적 문제보다는 실행 자체가 중요합니다. 실무자에게 소통은 책임을 분산 시키는 제일 중요한 요건입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고민을 통해 멋진 방법을 하나 만드는 것보다는 처음 합의된 몇가지 방법으로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밀어내야 합니다.
처음에 사업을 혹은 모임을 진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합의 중의 하나는 어떻게 소통할지의 소통 채널을 합의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카톡이든, 밴드이든, 페이스북이든, 출력된 게시물이든,,,,,,
사람들이 불편하거나 활용이 어려워 다른 방법을 찾아야 되면 그 때 새로 합의하면 되지만 그 전까지는 이 합의를 기준으로 상시적 소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뒤 늦게 연락을 제대로 안 준다며 화를 내고는 나는 2G라 카톡이 안된다고 하면 이건 누구의 잘못일까요?
밴드로 들어오는 정보량이 너무 많아 확인을 못했다고 하면 이건 누구의 책임일까요?
사람들이 이 정보를 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소통은 서로간의 합의에서 시작합니다.
소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고 소통을 잘 하라라고 다그칠 수는 없습니다.
소통 역시 연습이 필요합니다.
일상적으로 정보를 출력하는 연습,
일상적으로 정보를 입력하고 다시 교환하는 연습.
소통의 문제는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연습의 문제, 합의를 지켜내는 의지의 문제입니다.
남&여&노&소의 갈등은 대부분 역할에서 비롯됩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에서는 남여 갈등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처음에 만들때는 아빠 엄마들이 함께 만들지만 실제 운영의 대부분은 엄마들이 진행합니다.
엄마들이 퇴근한 아빠에게 이야기 합니다.
'오늘 이런일이 있었고 이렇게 되었어.....'
대부분의 아빠들은 여기서 실수를 합니다.
'왜 그렇게 했어, 이렇게 했어야지'
칭찬을 받기 위해 이야기 했건만 아빠들은 여기에 자기 의견을 추가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합니다.
더 이상 엄마들은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정보량에서 엄마들과 아빠들의 격차가 벌어집니다.
몰라서 소외 당하는 아빠들은 마을사업에서 마음도 몸도 떠납니다.
엄마들만 남아 있지만 남아 있는 엄마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대부분의 마을사업에 남자들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역할을 어떻게 나누냐에 달려 있습니다.
치열하게 싸우면서 조직내에서 역할을 나누는 방법도 있고
엄마가 잘 하는 일, 아빠가 잘 하는 일을 나누어 사업을 따로 진행할 수도 있을겁니다.
노&소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도 아이도 단순히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갈등이 생길수 밖에 없습니다.
노인도 아이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고, 자기가 결정하고 선택하고 싶어합니다.
방과후마을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일정표를 직접 회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부모가 시켜서 만든 시간표는 불평이 있을 수 있어도
스스로 결정한 일정표에는 불평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불만이 있어도 자신들이 결정한 것이고 또 자신들이 다음에는 바꿀 수 있습니다.
마을에 텃밭이 있습니다.
몇년째 방치된 초등학교 예정부지에 마을텃밭을 만들었습니다.
동네의 어르신들이 어르신일자리지원사업의 지원을 통해 텃밭을 관리합니다.
10여명의 동네 어르신들이 2시간씩 번을 서며 텃밭을 관리합니다.
어떤 일자리보다 더 행복해하고 자신 있어 하십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구성원 내부에서의 소통과 갈등의 문제는 결국 역할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수평적네트워크 공간안에서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역할입니다.
기존에 활동하시는 분들과 새로 참여하시는 분들의 갈등은 가치에 대한 충돌, 기존 네트워크의 페쇄성, 만드는 것과 유지하는 것의 차이에 대한 이해로 인해 나타납니다.
가치는 자기정당성의 결과물입니다.
우리가 모여서 만들어 가는 사업들이 개인의 이익만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집단안에서, 집단 외부에게 표현하고 정리하는 것을 통해 조직의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가치는 갑작스러운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준비과정과 초기 실행과정을 통해 서시히 만들어지는 것이며 사실은 완성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가치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가치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느낀다는데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켜야할 원칙일 뿐, 자신이 고민하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거나 자신이 주체적으로 변화 시킬수 없는 부분이 되고 맙니다. 기존에 활동하시는 분들이 가치를 유지하고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을 맡는 순간 조직은 경직화되고 권위적이게 됩니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결사체조직이 아닙니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목적 지향적 조직이 아닙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삶을 기반으로 관계를 지향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기존 질서와 가치라는 틀은 최대한 느슨하고 최대한 유동적이어야 더 안정적이고 더 튼튼한 틀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폐쇄성은 사실 내부 구성원들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들어오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조직이야'
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건 내부 구성원의 시선에서 바라본 우리의 모습일 뿐입니다.
특히나 사익을 추구하는 모임의 경우는 집단의 사익이 나의 사익과 맞으면 쉽게 동조할 수 있지만
커뮤니티비즈니스와 같이 사익과 공익이 공존하는 경우에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담'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 담에 대해서는 앞서 다른 챕터에서 이야기 한대로 문을 여러개 만들거나, 담을 가능하면 투명하게 만든다거나, 담을 사람들이 익숙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즉 담이라는 존재를 인정해야 합니다. 인정을 해야 방법을 찾게 되는데 많은 경우 담을 인정하지 않거나 그 담을 누가 쌓았는지만 이야기 하려 합니다.
담을 누가 쌓았는지, 담의 높이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폐쇄성은 우리가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밖에서 판단하고 결정되는 부분입니다.
모임이든 사업이든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프라이드가 존재합니다. 그러한 프라이드는 내부적으로 강력한 원동력을 만들기도 하지만 프라이드의 연대감은 그들을 고립시키기도 합니다.
중국의 고전 병법서 오자병법 도국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 연전승역(然戰勝易),수승난(守勝難) 싸워서 이기는 것은 쉬워도 그 승리를 지키는 것은 어렵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또 다른 중국 고사에서 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앞선 챕터에서 공동체의 역할 유형 분류에서 사고치는 사람과 수습하는 사람이 다르듯 만들 때와 유지할 때는 다른 각도에서 사업을 바라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만드는 과정에서의 경험과 자기 만족이 이를 어렵게 합니다. 새로 진입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는 존중받아야 되는 것이지 강제 되어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항상 유연한 사고와 조직을 이야기 하지만 나의 경험은 항상 이 유연을 방해합니다. 집단적 경험과 성과는 유연함을 방해하는 더 큰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손발을 묶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의 지역활동이 지역안의 모든 이의 지지를 받지는 못합니다.
도시와 같이 하나의 행정동 인구가 1~2만이 훌쩍 넘는 곳에서는 10년 넘게 활동을 해오고 10년 넘게 봄 가을에 축제를 해도 여전히 이러한 지역커뮤니티조직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한편으로는 지역내 다른 커뮤니티조직이나 관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되어서는 지역마다의 특성과 접점이 다르기 때문에 일방적인 방법론을 이야기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갈등에 관해 당부를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외부와의 갈등뿐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에서의 갈등 모두를 바라보며)
첫째, 단기간의 해결을 이루려 하지 말자. 이 글의 모두에서 이야기 했듯이 갈등은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입니다. 갈등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고 해결에 급급해 하거나 갈등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갈등을 잘못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관계에서 다양한 갈등이 생기는 것인 당연한 일입니다. 갈등을 인정하고 갈등을 소통의 접점으로 삼는 것이 갈등 관리의 시작입니다.
둘째, 갈등을 교육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자.
마을은 교육의 공간이 아니라 삶의 접점에서 만나는 관계망의 공간입니다.
갈등 역시 교육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실제 관계 사업속에서 소통되어져야 합니다.
마을은 말로 대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몸으로 대화하고 몸으로 익혀 가는 곳입니다.
갈등의 이해화 소통은 책상을 마주보고 앉아서 하는 것보다 마을 곳곳을 뛰어다니며 하는 것이 훨씬 지속성을 가집니다.
갈등은 소통의 문제에 앞서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문제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없이 단순히 소통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릴 뿐입니다. 우리에게 커뮤니티비즈니스는 단일한 목표를 위한 단일한 조직이 아닙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고 사람이 행복하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 벅차고 두려운 세상에서 관계를 통해 자신을 인지하고 세상밖으로 나아가는 공간입니다. 나와 다른 남을 인지하지 않고 관계를 이야기 할 수 없듯이 다양성에 대한 이해 없이 다른 이를 이해하거나 다른 의견을 공감 할 수는 없습니다.
갈등은 인정하고 관리함으로써 갈등을 통해 새로운 소통과 공감의 장을 넓혀 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항상 옆에 가까이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