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커뮤니티비즈니스 = 심리적 거리감을 조율하자
안심마을의 생협매장인 땅과 사람이야기는 초기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구매후 판매이외에 선주문 방식의 공동구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많은 이들이 선주문 방식의 공동구매가 가지는 장점이 재고부담을 줄이는데로 한정하지만 여기에는 더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선택할때 친구의 추천과 인터넷 맛집 검색중 어느곳을 더 선호하시겠습니까?
해석수준이론에 따르면 맛집 앞에서라면 친구의 추천을, 예약을 하기 위한 상태라면 인터넷 맛집 검색을 더 선호합니다.
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은 심리적 거리가 먼 실체나 현상에 대해서는 높은 수준(객관적,추상적,본질적)으로 해석하고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실체나 현상에 대해서는 낮은 수준(주관적,구체적,부차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직접적으로 구매하는 시점에는 가격과 같은 현실적인 조건을 더 보게 되고 사전구매와 같이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품질과 가치와 같은 이상적인 조건을 더 고려하게 됩니다. 따라서 시장과의 경쟁에서 가격적인 경쟁보다는 품질과 가치적인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생협매장에서 공동구매의 방법은 매우 유용한 수단입니다.
영화사들이 인터넷의 영화 평점에 민감한 것이나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일부 판매자들이 여러개의 아이디로 상품평을 관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앞의 식사의 예처럼 친구의 추천은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인터넷 후기나 댓글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향 때문입니다. 따라서 판매자의 제품 설명이나 포장지 디자인만큼 카페나 밴드등의 웹 커뮤니티공간에서 제품의 사용기나 활용기등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매우 유용한 판매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을 생협 매장에서도 때로는 먼저 구매한 사람이 요리한 음식이나 레시피등이 밴드에 올라오면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구매 적립되는 포인트 역시 마찬가지로 적용받습니다. 사람들은 적립되어지는 포인트보다 즉시 할인받는 것을 선호합니다. 미래의 가치는 평가절하하는 경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신용카드 상품들도 과거에 비해 적립보다 즉시 할인에 더 촛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최근에 생협매장에서 실무자의 이런 고민을 듣게 되었습니다.
'조합원들에게 구매에 따른 포인트를 제공하지만 조합원들이 이 포인트에 대해 인지나 만족도가 매우 낮아 걱정입니다.'
이 경우도 포인트는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고 당장 사용하기보다는 모아서 미래에 사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런 경우 포인트를 이용해야만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포인트로만 가능한 기부나 포인트로만 가능한 경매와 같이 자신의 포인트가 지금 현재에 사용가치를 가질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해 준다면 더 많은 관심을 부여 할 수 있을것입니다.
숲은 보지만 나무를 보지 못하고
나무는 보지만 숲은 보지 못한다는 것이 심리적 거리에 대한 이야기일겁니다.
지금 당장 관계를 맺는데 필요한 요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가는데 필요한 요소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 나아가려는 커뮤니티비즈니스의 시스템에서는 이 두가지가 다 필요합니다.
숲도 보고 나무도 보고,
당장의 관계를 만들기에 감정적인 요소들이 중요하지만 이성적인 부분들이 없다면 지속가능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