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있었네?
올해는 해마다 가던 토론토 크리스마스마켓을 가지 않았다.
해마다 비슷한 길거리 소품샵과 Dior에서 디자인한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는 토론토 디스틸러리 쪽인데, 그냥 겨울이니까 당연히 한 번쯤은 들려줬었다.
그런데 올해는 마켓을 가지 않고, 반 친구 엄마들에게 어떻게 보내는지 물어봤다.
우리랑 거의 비슷비슷하긴 했는데, 한 엄마의 'Elf on the Shelf'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해마다 11월 즈음이면 '인디고', '마이클스', '파티시티' 같은 곳 한편에 아주 크게 팔긴 했는데, 나도 내용을 잘 몰라서 그냥 장난감인가? 하고 지나쳤었던 코너였었다.
그리고 $49.99라는 돈을 주고 책과 요정인형이 든 걸 사기에는 솔직히 부담되는 돈이었지만, 이번에는 집에서 분위기를 한번 만끽해 보고자.
그리고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반신반의하면서 구입했다. 물론 12월이 살짝 지나서 50% 세일을 하는 그 시점에 구입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elf on the shelf'는 2005년 미국 작가가 쓴 동화인데, 산타가 아이들의 좋은 혹은 나쁜 행동을 하는지 어떻게 아느냐면 산타가 보낸 엘프가 집으로 찾아서 행동을 보고 밤바다 산타에게 다시 이야기해 주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큰 줄거리이다. 엘프는 아이와 게임을 하는데, 첫 번째 이름을 지어주어야 하고, 밤바다 집안의 곳곳에 숨어 놀고 있으니 찾아보라는 내용이다. 엘프는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들을 수 있어서 소원을 빌면 산타에게 전달해 줄 수 있고, 엘프를 만지면 마법이 사라지기 때문에 절대 만지면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산타를 믿는 아이들에게는 진짜 재미있는 1달간의 놀잇감이다.
그리고 산타를 아직 믿는 우리 집 녀석에게도 딱 맞는 놀이였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이름을 지어주자고 했는데, 아이는 무심하게 Mr.Elf라고 이야기하면서 '진짜야? 진짜 산타가 보는 거야?' 질문만 백번을 넘게 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 집에 왔으니까, 오늘 밤부터 뭐하는지 내일 아침에 한번 지켜보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나의 창작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래도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문구도 함께 적어주고 싶어서 찾아도 보고,
화장실, 주방, 계단 등등등 최대한 집안 여러 곳에 숨겨놓으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영어유머가 익숙하지 않은 나는, 어휘장난은 재미있게 못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가깝게 해 보려고 노력했다.
역시나 아이는 엘프 찾는 것과 함께 문구 읽는 걸 재미있어했다. 얘는 오늘 추웠대! 혹은 왜 내 장난감들을 꺼낸 거야?, 왜 내 과자통 뒤졌어! 등등 반응이 생각보다 다채로웠다.
기대이상으로 즐거워하는 아이에게 10일 정도 지난 나는 조금 귀찮아지기 시작했지만,
구글과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찾아보면서,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리라 하고 다짐했다.
나의 창작의 고통이 거듭될수록 아이는 매일 밤마다 나에게, '내일은 내 거 만지면 안 되는데', '내일은 어디 있을까?', ' 나 oo 가지고 싶다고 한 거 들었나?' 점점 더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아이가 가장 재미있어했던 날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부터 가서 요정을 찾던 아이는 '3층에 없어!'라는 말과 함께 2층 계단으로 내려가자마자 '요정이 슬라이드 타고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던 날이었다.
사실 엘프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매일 전 날밤 식탁에 앉아서 사부작사부작 거리는 나를 바라보며 남편이
'마치 핼러윈 때 너를 보는 것 같다. 그때처럼 애는 좋아하겠다.'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면서 그날 사다리를 타고 2층 팬에 실을 붙이고 캔디캐인 사탕으로 요정 팔을 붙이던걸 보던 남편이 '이렇게 까지... 조심해.'라는 말과 함께 나에게 격려를 해주었던 날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나의 귀찮음은 아이의 재미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고 대망의 크리스마스이브!
24일 밤이 되면 요정은 사라지고, 산타가 선물을 두고 가는 날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타가 오면 먹을 쿠키와 우유, 루돌프에게 줄 당근을 트리 밑에다가 두고, 장난감 소원 빌고 그러면서 '요정들 잘 가' 인사도 하고 아이는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이는 선물을 개봉하면서 '진짜네? 엘프가 산타한테 말했나 봐!' 하면서 그 누구보다 즐거워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도 그 어느 때보다 아이의 반응에 흐뭇하기도 하고 즐거웠다.
어쩌면 아이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것은 물질 적인 것보다 함께 그 분위기를 그리고 순간을 같이 즐겨주는 것이 최고의 선물은 아닌가 싶다. 물론 가지고 싶은 것을 살짝 곁들이면 더 행복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올해는 여느 때와 다르게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분위기를 함께 만끽했고, 아이의 생각도 많이 들을 수 있던 달이었다. 사실 점점 더 커가면서 가지고 싶은 게 뭐야?라고만 물었지. 분위기 자체를 함께 즐겨보려고 애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소소한 이벤트로 캐나다 엄마들의 문화도 느껴보고, 좋은 추억을 선물해 준 것 같아서 보람찬 시간이었다.
'내년에는 또 오면, 그때는 내가 놀라게 해 줘야지!'라는 아이의 말에
내년 크리스마스에 새로운 이벤트를 짤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이렇게 여기 문화를 제대로 즐겨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많이 지났지만,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