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 높은 날들 사이에서

Highs with the Lows

by 하늘위로바다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 마음이 벅차오른다.

해야 할 일들을 하나둘 떠올리다 보면 숨이 막히고,

무언가를 쥐고 싶어 손을 넣은 주머니 안엔

늘 비슷한 허무만이 남아 있다.

잡히는 것도, 버릴 것도 없는 하루.


감정을 숨기고 싶어도, 결국은 얼굴에 들키고 만다.

어떤 표정을 지어도 숙여진 고개 아래,

발끝에 닿은 바닥이 지금 내 위치라는 걸

억지로라도 인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불안, 열등감, 후회 —

조용히 꺼내어 바라보면

그 감정들은 어느새 나를 지나온 시간이다.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기억들 속에서도,

다시 생각해 보면 분명히

무너지지 않았던 나 자신이 남아 있었다.


삶이 늘 위쪽만 향할 순 없다.

좋았던 날들이 있다면,

그만큼 엉망이었던 날들도 함께 있다.

Highs with the lows.

그건 나쁜 일이 아니라

그저 살아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나는 이제야 조금씩 배운다.

가진 게 많다는 건 잃을 것도 많다는 뜻이고,

조금 덜 가졌다는 건

어쩌면 더 자유롭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걸


낮은 날들은 나를 눌렀고,

높은 날들은 나를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이에서 여전히 걷고 있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그걸 안 순간,

어쩌면 조금은 괜찮아졌다.



작가의 이전글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