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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미잘 Mar 18. 2024

언제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나요?

"언제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나요?"

위 질문은 결혼하니 뭐가 좋냐는 질문과 함께, 결혼 적령기의 미혼인 친구들이 많이 물었던 질문 1,2위를 다투는 흔한 질문이었다. 

결혼하니 뭐가 좋냐는 질문에는 최대한 정성껏 내가 느낀 바를 대답해 줬었다.

그러나 언제 결혼하기로 했냐는 질문에는 매번 상황에 맞게 적당한 말들로 둘러댔었다. 

그런데 최근 게임에서 만난 온라인 친구가 또 같은 질문을 물어왔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은 어느 여행지에서 만난 처음 보는 사람(그리고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에게 털어놓게 되는 것. 그래서였으리라. 그 관계의 가벼움만큼이나 솔직한 마음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그런 거 없었어."

"엥? 그게 뭐예요?"

"정확히 말하면 나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야."

"와, 진짜 낭만이 없네요."

맞는 말이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


어떤 사람들은 낭만적인 찰나의 순간을 움켜쥐고 싶어 한다. 첫눈에 반한다든지, 우연한 기적적인 만남이라든지, 상대방의 어떤 행동을 보는 순간 딱 결혼을 할 결심이 선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들이 그런 선물 같은 순간들에 집중할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나 자신이었다. 


1. 나는 상대를 사랑하는가? 

2. 나는 결혼생활을 유지할만한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가? 

3. 나는 결혼 후 생겨날 갈등들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가?


세 가지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나는 언제든, 또 상대가 누구든 결혼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내와는 대학 시절부터 사귀던 사이였고 그녀를 사랑했다. 첫 번째 질문은 통과.

나는 전부터 내가 다른 사람과의 갈등 상황을 잘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세 번째 질문도 패스.

그러니 내게 언제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냐는 질문에 정확히 답하자면 취직하고 월급이 나오던 순간부터였다. 

나는 정말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무지막지한 사람이었다. 


몇 년 더 살아본 나에게 지금도 저런 기준으로 결혼을 마음먹어도 되냐고 묻는다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상대가 누구든 나만 준비되어 있다면 괜찮다는 발상은 어리석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때의 나는 타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확실하다. 정말 운이 좋았을 뿐 지금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그러니까 아내가 사려 깊고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쩔 뻔했나. 살아보니 타인은 또 다른 우주였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아도 나와 전혀 다른 생각 뿌리를 통해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문명의 충돌이다. 


그러니 결혼을 앞둔 사람은 스스로가 결혼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여러 번 되물어야 할 뿐 아니라 상대가 결혼할만한 사람인지도 눈을 크게 뜨고 살펴야 한다. 

상대는 나를 존중해주는가?

상대는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인가?

상대와 나는 삶의 중요한 가치관들을 공유하는가?


그리하여 나는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 뜨거운 사랑의 결과로 결혼을 결심하기보다 조용한 명상 후에 결혼을 결심하면 어떨까 하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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