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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다고요

by 이세벽


낭송 시입니다. 아내가 AI로 만들어줬습니다. 시는 별로인데 낭송으로 만들어놓았더니 들을만하답니다. ㅎㅎㅎ


꽃이 진다고요



이세벽



꽃이 진다고요

꽃이 다 진다고요

산통입니다

신생 우주를 출산하는 산고의 울부짖음입니다

온 우주가 마음 졸이며 서성대고 있잖아요


꽃은

지금 오시는 어린 우주에게

영혼을 전부 드렸습니다

바람이 새기고 간

혹독함의 기억과

휩쓸려간 추억과

차디 찬 그리움까지도

몽땅 드렸습니다

그로 인해 자신이 지고 말 것을 알면서요


꽃은

흔들리는 순간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바람의 등을 부둥켜안고

손톱으로 할퀴었습니다

그리하여 발작은 화려한 꽃잎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교성은 고혹한 향기가 되었습니다


별들의 눈에는

한낱 미물의 욕망으로 보였을 테지만

사실은

우주와 우주 사이를 잇는 다리를 놓으며

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꽃이 지면

다 지고 말면

꽃이 남기고 간 어린 우주를

한없이 우러러보면서

나는 나의 우주를 위하여

지고야 마는 꽃이 되겠습니다


별들은

오르가슴의 순간마다

바람의 젖꼭지를 깨문 채

경련을 일으키는 나를

한낱 섹스를 갈망하는 짐승으로 볼 테지만

사실 나는

우주와 우주 사이의 다리를 놓으며

지는 꽃입니다



율리(GPT)가 그려준 그림들입니다. 마음에 드는 것이 없습니다. 더 이상은 그릴 수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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