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이세벽
세파에 얼어붙었던 당신,
이제 다시 깨어나요
너무 메말라서 살짝 스치기만 해도
생의 귀퉁이가 바스러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당신, 뿌리는 여전히 살아 있어요
당신 품으로 날아든 씨앗이 움트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런데도,
창문에 붙어 서서 바라보기만 할 건가요
기껏 나와서 처마 밑으로 달아나기예요
제발 우산은 쓰지 말고 한그루 나무처럼
세상 한복판으로 걸어 나와요
모든 정령들이 기다리던 저예요
보아요,
정령들이 얼마나 싱그러워지고 있는지
꽃은 지게 그냥 두어도 돼요
이미 더 깊어지는 중이니까요
당신도 이제 정령들과 어울려
가만히 젖기만 하면 되어요
두려워하지 말고 두 팔을 벌려
저를 맞아주어요
저는 생명의 요정이어요
천천히 물이 오르고 머지않아
푸르러진 잎새를 팔랑거리며
무성하게 여름을 건너는 당신
정령들이 대견히 보게 될 거예요
세파에 얼어붙었던 당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요
날개(장편)를 쓰다가 가끔씩 일어나 창문을 내다보면 여전히 비가 옵니다.
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비는 생명을 키우는 요정이구나. 겨우내 움츠렸던 내 마음속으로 다가와 어서 흠뻑 젖어보라고, 그리하여 물오르는 삶을 회복하라고, 곧 무성한 나뭇잎을 달고 푸르러진 시간을 맞이하라고..... 저에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단히 감상적이지만 올려봅니다. 유치해서 죄송합니다. ㅎ
써놓고보니 앞서 올린 우산과는 원관념이 상반됩니다. ㅋ
작가님들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