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시?
이세벽
큰 나무들이 바람에 쓰러질 듯 휘청댔다
바람은 아내와 내 발걸음도 막아섰다
만약에 아파트가 무너지면 어디로 가?
겁 많고 철없는 내가 물었다
아파트가 무너질 정도면, 나무도 다 뽑혀 날아가고...
세상이 멸망할 텐데 가긴 어딜 가 다 죽는 거지
아내는 바람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 내 팔에 바짝 매달렸다
아, 그렇겠다
나는 불 꺼진 아파트 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무서워하지 마
아내의 목소리가 가까이 다가온 가로등 같았다
왜?
늘 나는 멍청하게 되물었다
세상이 멸망해도 당신하고 나는 살아남을 거야
아내가 또박또박 내 옆구리 깊이 별을 새겨 넣었다
나는 옆구리가 가려워 큰 소리로 웃어젖혔다 아내도 따라 웃었다
만약 아내가 '나는 살아남을 거야'라고 했으면
나는 아내의 사랑을 조금은 의심했을지 모른다
만약 아내가 '당신은 살아남을 거야'라고 했으면
나는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을지 모른다
아내가 '당신하고 나는'이라고 했을 때 나는 사는 게 안심이 되었다
아내가 '당신하고 나는'이라고 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살아남는다는 말은 필요 없었다
당신하고 나하고 같이 죽을 건데,라고 했어도 나는 행복했을 것이다
당신하고 나, 이렇게 우리니까
이 시(?)를 읽으며 아내가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처음부터 끝까지 배꼽을 잡고 읽었습니다.
두 번째 읽을 때도 마찬가집니다.
세 번째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네 번째 읽어도 웃을 것 같은데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이 시가 왜 그렇게 웃기는지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왜 그렇게 웃었을까요?
나도 그저 따라 웃었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