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까먹는 기계
이세벽
아내는
폐병과 어지럼증으로
종종 입원하는 나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돈 까먹는 기계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나는
가시로 뒤덮인 데다
악취까지 풍기는
삶을 까먹는 수동 기계다
그래서 나는 삶을 밤과 은행이라 생각한다
가시투성이 껍질을 벗기고
똥내 나는 과육과 껍데기를 깨서 구워 먹으면
왠지 뿌듯해지는......
병실에서는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보름달이든 초승달이든
껍데기째로 먹어치우고 있다
껍데기를 벗기고 구운 삶을
조금은 달고
약간은 동경의 맛이 나는 생 달과 함께
비벼 먹기도 하는 것을 보면
내가 비빔밥 같은 시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매일 밤 별이란 별은
주전부리하듯 따 먹는다
별은 자꾸자꾸 손이 가는 새우깡
불 꺼진 병실 창가에 서서
취객처럼 우는 것도
눈물 맛이 나는 별에
중독된 탓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내에겐 절대 변명하지
않을 것이다
굳이 변명할 필요도 없다
내가 느닷없이 쏟아낸 토사물을
치우는 아내가 서러운 눈물을 보이는 것을 보면
말로는 내가 돈 까먹는 기계라 하지만
내가 삶과 달과 별을 먹고 있다는 걸
그래서 종종 시를 토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