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다람쥐

by 이세벽


벌레가 빌어준 덕이었는지 모른다. 상처가 아물어 갈 때쯤 다람쥐가 사방을 힐끔거리며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 달콤한 내 살을 드릴게요. 대신 저를 안락한 곳으로 데려다주세요.


슬그머니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먼저 말을 건넸다.

- 세상에 안락한 곳은 없단다. 사방천지가 위험투성이지. 삶은 늘 위기란다.

- 그래도 조금 나은 곳이 있을 거 아니에요. 저에게 어울리는 그런 곳이면 더 좋겠지만.

- 나는 지금 배가 몹시 고파. 너의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지만 우선 네 살을 조금 먹어야겠다.

다람쥐는 내 살을 허겁지겁 갉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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