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는 젊은 사람들 이야기 - 미들급으로 살아남기. 03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이직을 자주 해?" 궁금한 분들이 "왜"를 이해하게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처음 이직을 하면 그 회사의 문화, 업무 스타일을 알아가기에 바쁘다. 나 또한 이직 후 회사의 업무 보고 프로세스나 어떤 업무를 진행할 때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의 컨펌이 필요한지 등을 파악하느라 고생했다고 한다.
첫 회사는 정말 운이 좋게도 능력 있는 팀장 밑에서 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심지어는 우리 회사는 이렇게 하지만 다른 회사는 이렇게 하는 경우도 있더라는 얘기를 해줬다. 그리고 우리 회사가 이렇게 하기로 한 이유까지. 지금 생각해도 세상에 다시없을 최고의 팀장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직한 회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팀장 그 자체도 마케팅이 아닌 다른 부서에 있다가 부서장의 지시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알려주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눈앞에 보이는 것을 처리하며 마케팅을 스스로 배운 사람이었고 결국 고이고 고여버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과 일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분명 A 방식으로 하는 것이 모두가 정석이라 알고 있고 팩트가 그러함에도 본인은 B로 했다며 B 방식을 고수했다. 그 결과 경력이 5년 차가 넘는 실무자는 모두 1년을 채우고 퇴사하며 회전문 같은 부서가 되었다.
처음 이직한 나는 이 회사가 괜찮은 회사인지, 이게 맞는 방법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다. 내가 믿을 사람은 내 눈앞에 있는 팀장뿐이었고, 나는 업무를 진행하며 팀장에게 방향을 많이 물어봤다. 그리고 팀장의 방향이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이 회사, 업계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하니 그렇게 생각했다. 또한 이 회사에서 5년 이상을 일한 10명이 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였기에 본부장과 같은 방향을 보고 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경영진의 방향을 모르는 팀장
예를 들어 광고 이메일을 제작하는 업무에서도 내가 초안을 제작하고 팀장에게 컨펌을 받으면 변경하란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부분을 변경하여 발송하고 있었는데 몇 달 뒤 본부장이 호출했다. 이 부분과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음부터는 본인까지 컨펌을 받고 나가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 부분은 모두 팀장의 요청으로 변경했던 부분이었다. 이후부터는 내가 작성하고 팀장이 컨펌하고 본부장까지 컨펌 후 메일을 발송해야 했다. 이때마다 팀장은 지적했고, 내가 수정한 부분은 결국 본부장으로부터 다시 지적받아 2번의 수정을 거치게 됐다.
이메일 업무 외에도 팀장과 본부장의 업무 방향이 너무 달랐다. 그 아래 실무진인 사과와 동료는 매번 똑같은 부분을 팀장 입맛에 맞게 올렸다가도 본부장에서 까이기를 반복했다. 그럼 본부장에게 바로 확인을 받으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회사 일이라는 게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에 팀장의 컨펌 없이 본부장까지는 갈 수 없다.
팀장을 설득하려는 시도도 여러 번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설득도 말이 통하는 사람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본부장의 눈에는 나는 능력이 없는 실무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의도치 않게 일을 2번 하게 되었다.
업무를 모르기에 결정하지 못하는 팀장
마케팅을 모르는 팀장 아래서 마케팅 실무를 하기는 쉽지 않다. 광고를 운영하면서도 팀장에게 ~한 방향으로 운영해나가겠다고 연초 보고한 적이 있었다. 이때 팀장은 마케팅 신입이나 할법한 기초적인 질문을 했다. 왜 이렇게 하는지, 이게 맞는 건지 등등. 처음 질문을 듣고는 당황했다. 이게 마케팅팀 팀장이 할법한 질문인 건가? 그리고 내가 설명했고, 내 옆에 있던 연차가 많은 팀원에게 재확인을 했다.
팀장은 마케팅 실무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이 당장 해야 하는 일만을 해왔기에 마케팅 업무를 안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사람이었다. 블로그는 회사에 대해 써보라고 시켜서 작성했고 거기엔 SEO를 위한 작업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회사 서비스를 검색해도 블로그 글 하나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뒤로 마케팅적 업무를 할 때는 팀장에게 업무를 설명해야 하는 일이 추가됐다. 이 작업이 왜 필요한 것이며,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떤 점이고 등등. 일이 2배가 된 것이다.
팀장을 보다 보니 이건 업무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팀장의 잘못일까, 역량이 없는 사람을 팀장 자리에 앉힌 회사의 잘못일까, 회사를 잘못 선택한 사의 잘못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는 이직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