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되어보니 이런 인턴은 부담스럽다
내가 팀장이 되고, 우리 팀에 첫 인턴이 들어왔다.
이전까지는 회사 자체에서 인턴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았었는데, 그런 업무 있지 않은가.
분명 1인분의 업무는 아닌데, 외주 맡기자니 실제 업무 시간보다 커뮤니케이션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 같고, 그 정도 난이도도 아니고.
그리고 본격 신입으로 채용 전 인턴으로 함께 근무하여 조금 더 파악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우리 회사에서도 인턴 제도를 활성화시켰고, 실제로 인턴에서 정규직 전환한 직원들도 많아졌다.
우리 팀은, 우선 정규직 전환을 고려하지 않고 인턴을 진행해 보기로 했고, 그 결과 3학년 2학기까지 끝낸, 본인도 정규직 전환 의사가 없는 친구가 입사하여 함께 지내고 있다.
그리고 약 1달 정도 함께 일해본 결과.. 일을 정말 잘한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잘한다.
내가 인턴이었을 때도 이 정도 했을까 싶을 정도인데,
이 친구를 지켜보면서 내가 느낀 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 만약 인턴으로 첫 출근을 준비 중이라면 이 글을 꼭 읽어보고 일 잘하는 인턴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 하지만 이것도 나와 우리 팀에서 느낀 것이지, 회사마다/직무마다/상사의 성향마다 다를 것이기에 무조건 이게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1. 일을 재촉하지 말자
"00님, 시킨 업무 다 끝났는데 또 뭘 하면 될까요?"
"00님, 지금 할 일이 없어서 그런데 제가 할 일 없을까요?"
적극적인 것, 열정적인 것, 모두 좋다.
하지만.. 회사는 인턴을 위한 곳이 아니다.
작은 손이나마 도움이 필요하여 인턴을 채용했겠지만, 그렇다고 인턴을 위한 일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일을 시켜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을 시키는 것도 시간이 들어간다.
인턴이 아니라 후임에게도 '이 업무를 주면 이해할까', '이 정도 업무는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시키기 전에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사실 다 일이다.
하물며 인턴이면 얼마나 더 설명하고, 인턴이 할 수 있을만한 업무를 거르고 걸러야겠는가.
어련히 인턴에게 시킬 업무가 있다면 알아서 줄 것이다.
이 얘기는 내가 아는 후배가 인턴을 한다고 했을 때 얘기했다가,
후배가 "그건 너무 인턴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 아니야?"라고 했는데,
회사는 인턴을 배려하기 위해 채용한 것이 아니다.
인턴에게 일을 가르쳐 주기 위해 채용한 것도 아니다.
일을 돕기 위해 채용한 것이고, 우선되는 것은 일이 돌아가는 것이다.
인턴에게 업무를 주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미뤄지면 안 된다는 뜻이다.
기다리다 보면, 바쁜 업무가 정리된 사수가 어련히 알아서 업무를 줄 것이다.
2. 멍 때리고 졸지 말자
바쁜 시기에 인턴으로 첫 출근하면 정말 챙겨주는 사람 1명도 없이 방황하는 인턴들이 많다.
정말 정신없어서 그런 거다...
그렇다고, 시킨 일이 없어서 or 이미 다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고 있지 말자.
뭐라고 보고 읽는 척을 해라.
예를 들면 회사 내부 시스템에서 글을 읽거나, 해야 할 일과 관련된 문서를 둘러보거나, 하다못해 경쟁사 사이트 들어가서 우리 제품과의 비교 문서라도 만들고 있어라.
별 볼 일 없는 자료라고 생각돼도, 막상 사수가 그걸 보면 '아 얘가 생각은 있구나, 말 안 해도 이런 걸 알아서 하다니' 시키지 않은 일도 알아서 했다는 것 자체에 감동받을 수 있다.
간혹 대놓고 핸드폰을 만지거나, 조는 친구들이 있다.
최악이다.
3. 나서지 말자
"팀플 하면서 해봤었는데요. 제가 해볼까요?"
"이거 이렇게 하면 결과가 잘 안 나올 거예요. 대외활동 하면서 해봤는데 ~"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라면 눈에 띄고 싶어서 본인이 경험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업무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참여하려고 할 것 같다.
하지만, 적당히, 분위기에 따라 해야 하는 것이지, 대학생 때 조별과제 하면서, 대외활동 하면서 경험했던 것과 실제 회사 일은 다를 확률이 높다.
그런데 학생 때 잠깐 맛보기로 해봤다고 해서 본인이 전문가라도 되는 것처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주변에 정규직 전환형 인턴을 하는 후배에게 내가 했던 말 중 하나가 바로 '너무 눈에 띄지 말고 적당히 해.'라는 말이었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는 호불호가 극단적이다.
정말 좋게 봐서 최고점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최저점으로 전환되지 않는 것.
덧붙여서 우리 인턴 자랑을 좀 해보자면 :)
우리 팀이 인턴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던 이유
1. 알아서 한다.
인턴으로 채용하면서, 공고에 입사 후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를 적어뒀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첫 주에 우리 팀에서 해야 할 업무가 갑자기 밀려들어와 세세하게 업무를 주거나 신경 써주지 못해, 잠깐 짬이 날 때마다 뭐 하고 있나 지켜보기만 했다.
그런데 본인이 해야 할 업무에 대한 레퍼런스를 찾고, 그 레퍼런스를 정리해서 본인이 이런 식으로 제작해 보겠다는 계획서까지 작성해 왔다.
엄청난 퀄리티는 아니었지만, 말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알아서 준비한다는 것 자체에 큰 점수를 주고 싶었다.
2.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한다.
인턴 기간 중 해야 할 업무가 명확했지만, 그럼에도 그 업무만 하기에는 지루할 것 같기도 하고, 마침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시켜보고 싶었던 업무가 있었다.
다만, 사전 협의된 업무가 아니기도 하고, 그런 일은 해본 적도 없던 친구라 고민하다가
"혹시 이런 업무 해본 적 있어요? 어려운 건 아닌데, 지금 하는 업무만 하기엔 지루할 것 같아서 이것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하면서 물어봤는데, 너무나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안 그래도 하나의 업무만 하루종일 하다 보니 조금 집중력도 떨어지고 했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해보겠다고 했고, 실제로 레퍼런스까지 찾아가며 정말 열심히 했다.
물론, 결과도 좋았다.